"의결권 있는 주식 9202만3660주, 투표 참여 주식의 69.53%가 찬성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계약서 승인안이 가결됐습니다."(최치훈 삼성물산 주주총회 의장·대표이사 사장)
삼성물산이 엘리엇의 합병 반대 공세를 무난히 막아냈다.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과 달리 비교적 큰 표차로 승리를 거뒀다. 이에 따라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됐다.
1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서 첫 안건으로 올려진 제일모직과의 합병결의 승인안이 주총 참석 지분 69.53% 찬성으로 가결됐다.
▲ 17일 합병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한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의결권 있는 주식 총 1억5621만7764주 가운데 위임장 등을 포함해 1억3235만5800주가 투표에 참여했다. 참석률은 84.73%로, 일반적인 기업의 주총 참석률 60~70%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합병비율 등과 관련한 논란 속에 찬반이 엇갈렸던 만큼 주주들의 관심도 높았던 때문이다.
투표 참여 중 찬성표 지분비율(69.53%)은 가결 요건인 3분의2를 넘겼다. 의결권 있는 보통주 전체에서의 찬성 비율은 58.91%로 주총참석률에 비례한 합병 안건의 가결 커트라인 56.48%보다 2.43%포인트 높은 것이다.
외국인과 소액주주 등 주주 구성 분류에 따른 찬반 집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삼성 특수관계인과 '백기사' KCC 외에 지분 11.21%를 보유한 국민연금, 이외 국내기관(11.05%) 대부분이 찬성 쪽에 투표했고, 21.22%의 소액주주 가운데서도 10% 안팎이 찬성에 힘을 몰아준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중에서도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거나 찬성한 지분이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합병안에 이어져 투표에 부쳐진 엘리엇 매니지먼트 제안의 '현물배당 추가'안과 '주총 결의로도 중간배당을 하도록 하는 정관 변경'안은 각각 45.9%, 45.8%의 찬성으로 의결 정족요건(참여 주식 3분의 2)을 채우지 못했다.
◇ 주총장 찬반의견으로 후끈
이번 위임장 대결은 막판까지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웠다. 주총 직전까지도 최치훈 사장은 합병 가부에 대한 질문에 "주주님들에게 달렸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은 "많은 국내외 주주들이 저희 합병에 찬성해 주셔서 굉장히 감사한다"며 "최선을 다한만큼 겸허하게 오늘 주총에서 결과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주주총회는 예정된 개회시각인 9시보다 30여분 늦게 최 사장의 개회선언으로 시작됐다. 찬성과 반대 측에 모두 위임장을 제출한 주식을 골라내는 등의 작업과 늦게까지 주총장에 입장하는 주주들이 적지 않아 개회가 지체됐다.
의장 인사말과 감사위원회의 보고를 거쳐 합병결의안 안건이 상정됐지만 많은 주주들이 합병안에 대한 찬반 의견을 쏟아내 표결이 진행되기까지 1시간 반 이상 걸렸다.
안건에 대해 첫 발언을 한 주주 이경수 씨는 "합병하면 성장과 수익이 어려운 건설과 상사 사업의 한계에서 벗어나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바이오 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 반면 합병에 실패하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처럼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며 합병 결의안 찬성을 독려했다.
이어 발언한 엘리엇 측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넥서스의 최영익 변호사는 "지배구조 개편은 모든 주주들에게 공정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한국 기업사의 역사적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불공정하고 비합리적인 합병안을 부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엘리엇 측은 이외에도 현재 의식이 없는 상태로 알려진 이건희 회장의 의결권 위임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다. 이에 최 사장은 "과거부터 의결권 행사가 포괄적으로 위임돼 있다. 2015년 정기 주총이나 이전에도 기존 포괄 위임에 의해 대리행사되고 있다"고 답했다.
◇ 통합 삼성물산 9월1일 출범
삼성물산 주총과 같은 시간에 열린 제일모직 주주총회는 단 18분만에 합병안을 통과시키고 끝났다. 합병 반대 의견이 없어 시작하자마자 속전속결로 진행된 것이다
합병안 가결로 오는 9월1일 합병법인이 공식 출범하게 된다. 합병 후 존속법인은 제일모직이지만 사명은 삼성물산을 사용한다. 합병 삼성물산은 양대 주력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된다.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에서 '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된다. 합병회사의 지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6.5% 등 삼성 오너 일가 지분율이 30.4%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