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증권 업무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복합점포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신한금융이 멀찌감치 선두로 나선 가운데 KB금융이 현대증권 인수와 함께 공격적으로 복합점포 확장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농협금융은 뒤늦게 지방 고객 선점에 나섰고, 계열 증권사가 없는 우리은행은 삼성증권과 제휴를 맺고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 신한 선두…KB 추격…농협·우리 차별화
신한금융은 복합점포만 48개를 열었다.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숫자다. 3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신한PWM센터와 1억원 이상 고객을 위한 신한PWM라운지로 공략 대상도 체계화했다. 하나은행은 19개의 복합점포를 내면서 신한금융의 뒤를 쫓고 있다.
16개의 복합점포를 낸 KB금융은 현대증권 인수와 함께 더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릴 계획이다. 100여 개에 달하는 현대증권 지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특히 주식 위탁매매를 비롯한 현대증권 고객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농협금융은 지난 22일 천안에 NH농협금융플러스센터 6호점을 열었다. 다른 금융지주회사들과는 달리 농협금융이 올해 선보일 복합점포 4개는 모두 수도권 밖이다. 상대적으로 촘촘한 지방 영업망을 활용해 지방 고객들은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우리은행은 삼성증권과 제휴를 맺고 다음 달에 7번째 복합점포를 낸다. 다른 금융지주처럼 계열 증권사가 없는 만큼 대형 증권사와 제휴를 통해 시너지는 낸다는 구상이다. 지난 18일엔 우리삼성CMA보탬통장을 출시하는 등 공동상품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 이젠 복합점포가 대세로?
주요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복합점포를 선보이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저금리가 길어지면서 비은행 부문을 비롯해 수익원을 다각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과 함께 자산관리 시장이 확대된 영향도 있다.
그러면서 복합점포의 자산 규모와 고객 수는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농협금융 복합점포 5곳의 관리 자산은 어느덧 10조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1억원 이상 금융자산을 가진 고객도 1700명을 넘어서는 등 일반 점포에 비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KB금융의 복합점포 역시 2010년 처음 문을 연 이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증권 부문의 자산규모는 매년 배 이상 늘고 있다. 일반적인 증권사 점포에서 연평균 자산 증가율이 10% 미만임을 고려하면 폭발적인 수준이다.
앞으로 복합점포가 일반점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인규 농협금융 시너지추진부 과장은 “간단한 거래를 처리하는 인터넷, 자산운용을 위한 종합적인 상담을 해주는 복합점포로 금융권의 채널이 이원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현 우리은행 개인영업전략부 차장은 “고객 수요 다양화에 따라 여러 업무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복합점포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김종규 KB금융지주 시너지추진부 차장도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선 복합점포가 뜨고 있어 우리나라도 곧 따라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