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실적은 엇갈렸다.
삼성생명은 몸집을 키우는 동시에 순이익이 늘어난 반면 한화생명의 경우 순이익이 오히려 줄었다. 다만 시장에선 삼성생명은 '체면치레'에 그쳤고, 한화생명은 보험 영업에서 선방했다는 호평이 나오고 있다. 저금리, 저성장 등 영업환경 악화에 따른 업계 전반의 부정적인 평가는 두 보험사 모두 피할 수 없었다.
안방보험으로 주인이 바뀐 동양생명의 경우 저축성보험을 확 늘리면서 외형 확대에 주력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 잘했지만 아쉬운 삼성…아쉽지만 안정세 한화
삼성생명의 1분기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했다. 전년보다 각각 7.3%, 0.4% 늘어난 수치다. 당기순이익도 크게 늘었다. 그러나 삼성카드 지분 취득과 관련한 일회성 이익을 고려하면, 예상 수준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삼성생명이 저축성보다는 보장성 중심의 영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이남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험 손익은 예상치를 밑돈 반면, 투자부문 일회성 이익으로 (전체 순익) 추정치를 웃돌았다"며 "손해율의 경우 지난해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2분기까지 개선 가능성은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화생명의 경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줄었지만, 보험영업은 안정세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사업비율과 손해율 개선을 지속했고, 수입보험료도 늘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업비율과 손해율의 개선 추세는 이미 2014년부터 확인되고 있어 한화생명의 보험영업이 안정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저금리 공포…역마진 우려 지속
저금리 환경에 따른 우려는 두 보험사 모두 피할 수 없었다. 생보사들은 10여 년 전에 판매한 고정형 금리상품으로 역마진 우려에 시달리고 있다. 생보사의 평균 자산운용 수익률은 4.4%가량인데, 고금리 확정상품의 평균 이율은 6.4%에 달한다.
정길원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생명에 대해 "수익성 개선을 위한 여러 노력이 무색하게 금리 환경은 악화일로에 있다"며 "기존 금리 고정형 부채의 역마진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저보증이율에 따른 새로운 역마진도 새로운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화생명도 마찬가지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생보업계에서 부담이율이 가장 높고, 역마진이 가장 크다는 점은 부담스럽다"고 지적했다. 한화생명은 게다가 다른 대형 생보사와는 달리 역마진 위험이 큰 저축성 보험 판매에 계속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1분기 810억원의 깜짝 순이익을 낸 동양생명도 이런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실적으로 오히려 장기 리스크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동양생명이 9557억원 규모로 판매한 일시납 저축성보험의 경우 높은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하는 저축성보험이다. 저금리에 따른 금리리스크에 노출돼 있어 앞으로 자본 적정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 자본규제, 자살보험금 등 악재 연속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와 솔벤시2 등 자본 규제가 세지고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생보사들은 이미 점진적인 규제 강화로 자본 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이 떨어지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장 탄탄한 삼성생명도 RBC가 393%에서 350%로 43%포인트나 하락했다. 한화생명 역시 전년 322.2%에서 288.4%로 33.8%포인트 떨어졌다.
보험사들은 2020년부터 IFRS4 2단계를 적용받는다. 연금보험 판매가 많고, 보험 부채의 기간이 긴 생보사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새 기준을 적용하면 생보사의 평균 RBC가 현재 286%에서 115%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에는 자살보험금 지급 이슈까지 덮쳤다. 대법원은 2010년 이전 보험사 약관에 따라, 자살에도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에 따라 생보사들의 손실에 대한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삼성과 한화, 교보생명 모두 적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의 보험금을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 [포스트]자살이 재해가 된 씁쓸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