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계가구와 부실위험 가구가 모두 증가해 금리 인상 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 가구가 전체 금융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9%,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30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금융안정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 부산·대구 아파트 가격 하락 압력 '우려'
한은은 보고서에서 수도권 이외 지역과 비은행 금융기관이 취급한 집단대출이 부실화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집단대출이란 금융사가 취급하는 주택담보대출 중 신규분양과 재건축, 재개발아파트 입주자 등 일정 자격요건을 갖춘 집단에 일괄 승인방식으로 실행되는 여신을 지칭한다.
한은은 비수도권 지역의 경우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올라 최고점에 달한 데다가, 공급 초과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향후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상호금융사 등 비은행 금융사들은 집단대출 리스크 관리가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자료=한국은행 |
한은에 따르면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등 5개 광역시의 아파트 가격은 2010년 이후 상승세를 지속해 역사적 고점인 2008년 수준에 근접했다. 이러한 가운데 부산과 대구의 경우 2013년부터 2015년까지의 아파트 공급 물량이 수요를 초과해 가격 하락 가능성이 크다. 아파트 가격 하락은 집단대출 연체율 증가를 초래한다.
지역 농·축협과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사의 집단대출이 부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들은 은행과는 다르게 집단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은행의 경우 중도금 대출의 대부분을 보증서 담보로 취급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는데, 비은행 금융기관의 경우 중소형 건설사의 연대보증에 의존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연쇄부도 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 한계·부실위험 가구 비중 상승…"리스크는 제한적"
가계부채 한계가구와 부실위험 가구의 비중이 높아져 향후 금리 상승 시 이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3월 말 기준으로 순 금융자산이 마이너스인 한계가구는 전체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12.5%에 해당하는 134만 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부채는 전체의 29.1%에 달한다. 1년 전보다 4만 가구가 증가했고, 보유 금융부채의 비중은 0.5% 상승했다.
부실위험 가구도 111만 가구에 달하고, 이들의 금융부채 비중은 전체의 20.1%를 차지했다. 이 규모 역시 전년보다 3만 가구, 1.0%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한국은행은 향후 금리가 오르면 한계가구와 부실위험 가구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현재까지 금융기관의 손실 흡수 능력을 고려하면 이로 인한 금융시스템 리스크 증대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다.
◇ 은행 신규 대출 줄었지만…집단대출 지속 증가
▲ 자료=한국은행 |
전체 가계부채 규모는 지난 3월 기준으로 1223조 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4% 늘었다. 올 2월부터 수도권에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돼 은행권의 신규 대출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집단대출 증가와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 대출 증가로 전체 규모가 늘었다.
가계 재무건전성은 다소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소득 증가속도를 지속해 웃돌면서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아진 탓이다.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의 비율도 소폭 상승했다.
다만 고정금리와 분할상환 대출의 증가로 부채구조가 개선되고,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하락하는 등 가계 부실 위험은 다소 낮아졌다고 한국은행은 분석했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 및 분할상환 대출 비중은 올해 3월 기준으로 각각 36.8%, 39.5%로 나타났다. 평균 잔존 만기도 2010년 말 11.6년에서 2016년 3월 말 현재 17.5년으로 점차 장기화하는 등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