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호금융 예탁금과 출자금에 대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비과세 혜택을 없애기로 하면서 상호금융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비과세는 상호금융사들이 고객을 유치하는 중요한 유인책이어서 고객유치뿐 아니라 고객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정부, 43년만에 상호금융 비과세 손질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30일 내놓은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상호금융권에 대한 비과세를 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농협, 수협, 산림조합의 단위 및 품목조합과 새마을금고의 지역 및 직장금고, 신협의 지역 및 직장조합의 비과세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없어진다.
정부는 준조합원의 경우 내년부터 5%의 분리과세를 시행하며, 2020년 부터는 9%를 과세하기로 했다. 조합원과 회원은 2022년 5%, 2023년부터 9% 분리과세하기로 했다.
정부가 43년만에 상호금융사 비과세를 손보기로 한 것은 다른 금융기관과의 공정경쟁 등의 필요성이 부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일부 준조합원의 경우 고소득층임에도 불구하고 상호금융을 통해 과도한 세제혜택을 받고 있고, 농어민과 상호금융에 대한 중복적인 조세지원을 고려하면 비과세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기획재정부는 "농어민이 대상인 농협과 수협 조합원에 대한 비과세는 연장하고 가입시 농어민 요건이 필요없는 준조합원만 우선 과세로 전환된다"며 "농어민과 상호금융에 대한 여러 조세지원제도가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법개정안은 이달말 국회에 제출해 통과되면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 발등에 불 떨어진 농협상호금융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대표적인 상호금융으로 꼽히는 농협이다.
농협은 각 지역 농협마다 조건은 다르지만 단위 농협조합 구역내 주소나 거소, 사업장이 있는 경우 5000원에서 1만원 가량의 가입비를 내면 준조합원으로 가입이 가능하다.
농협 준조합원은 올해까지는 3000만원 이하 예금 등에 한해서는 세금을 낼 필요가 없지만 세법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으면 내년부터는 5%의 세금이 부과되고 내후년부터는 9%의 세금을 내야한다.
농협은 이처럼 비과세 혜택이 없어지면 단위농협의 경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농협의 준조합원 수는 1700만명 가량으로 추산되고, 이들의 비과세 예탁금은 전체 예탁금의 15%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금리가 상승하면서 은행과 저축은행들이 각종 혜택을 담은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어서 비과세 혜택이 사라질 경우 상품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협상호금융과 산림조합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역 단위농협 관계자는 "아무리 부분과세를 한다고 해도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면 고객이 빠져 나갈 수 밖에 없다"며 "농업에 종사하지 않는 준조합원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준조합원 고객이탈과 예수금 이탈이 발생해 이익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준조합원에 대해 과세로 전환 돼도 5~9% 분리과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상호금융 경영여건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에는 14%가 기본세율인데, 준조합원 과세율이 낮기 때문에 여전히 혜택이 있다는 것이다.
◇ 새마을금고, 3년 시간 벌었지만 '걱정'
새마을금고와 신협의 경우 단위 금고나 조합에 5000원 이상의 금액만 내면 출자금을 낸 것으로 보고 조합원으로 인정받는다. 다만 해당 금고나 조합이 있는 구역내 거주지나 직장이 있어야만 출자가 가능하다.
새마을금고 출자금은 해당 새마을금고가 기본적인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기초 자본이 된다. 새마을금고는 이 출자금을 바탕으로 여수신, 투자 등의 사업을 영위하기 때문에 출자금 모집이 핵심 영업활동중 하나로 꼽힌다.
새마을금고는 출자금을 낸 조합원에게 배당을 제공한다. 주식 배당과 비슷한 방식으로 배당률은 금고마다 다르다. 배당에 대한 소득과 조합원이 금융상품에 가입할 경우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새마을금고의 경우 조합원 비과세 혜택이 2021년까지 연장됐지만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새마을금고는 출자금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어 고민하고 있다. 2015년 새마을금고 출자금은 전년대비 3510억원(7.7%)늘어난 4조8970억원 이었다. 2016년에는 7150억원(14%)이 늘어난 5조6120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2016년부터 증가폭이 줄어들었다. 2016년 새마을금고 출자금은 6조1650억원으로 전년대비 5530억원(9.8%) 늘어났다. 지난해는 6조267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20억원(1.6%) 증가에 그쳤다.
이같은 상황에서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면 출자금과 자본이 줄어 적극적인 사업이 어려워진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출자금 모집에 난항을 겪게 되면 은행으로 따지면 BIS(자기자본비율)가 줄어들어 자본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출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도시나 직장 새마을금고보다 농어촌 등에 있는 새마을금고가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다.
지역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사들이 각종 특판을 내놓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비과세 혜택이 있어도 출자하는 조합원 모시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호금융 입장에서는 국회에서 정부 세법개정안을 재검토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