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가 나란히 상반기 당기순이익 1조원을 돌파하면서 축포를 터트리는 듯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모습이 아닐까. 물론 국내 1, 2위 금융그룹의 저력을 보여줬고, 각각 7년 연속 상반기 순익 1조원 돌파와 4년만에 반기 순익 첫 1조원 달성이라는 점에서 의미는 남다르다.
다만 이익의 질적인 수준을 따져보면 두 곳 모두 아쉬움은 남는다. 이자이익이나 비이자이익 확대를 통해 이익을 늘리기보다 일회성 요인과 마른 수건 쥐어짜듯 비용을 줄이면서 이익을 늘렸다. 그래서 한쪽은 불안해보이고, 쫓는 쪽은 버거워보인다. 이는 하반기 이들의 갈 길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 불안한 1등 신한금융
신한금융은 올 상반기 1조4548억원의 순익을 내면서 지난해보다 13%나 늘어났다. 이연법인세 효과로 장부상 이익 2100억원이 올해 1분기에 반영되면서 딱 그만큼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증가했다. 2100억원의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사실상 이익은 정체돼 있다는 얘기다.
신한은행은 그나마 낫긴 하지만 대동소이하다. 올 상반기 순익 1조267억원 중 법인세 수익 1900억원을 빼면 836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의 7903억원보다 다소 증가한 수준이다.
그룹 내부적으론 어려운 환경에서 이익을 유지하고, 그룹내 은행과 비은행의 안정적인 포트폴리오가 받쳐주고 있는 점에 대해선 여전히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1위 탈환을 목표로 빠르게 이익을 늘리고 있는 KB금융과 국민은행을 생각하면 불안한 1등 자리다. KB금융과 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각각 20.1%, 1.8% 이익을 늘렸다.
게다가 KB금융의 경우 올해 3분기부터는 최근 계열사로 편입한 현대증권 이익도 그룹의 이익으로 잡힌다. KB금융의 현대증권 지분율이 29.6%에 불과해 지주 차원에서 큰 폭의 이익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새로운 이익 창출은 가능해진다.
그래도 1등은 1등 답다. 신한금융은 올해 추가 금리인하 등 초저금리의 상황에서도 이자이익을 6.1%나 늘렸다. 올해 2분기 그룹의 순이자마진(NIM)은 1.99%로 전 분기보다 0.02%포인트 개선된 영향이다.
반면 KB금융의 순이자이익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1% 감소했고, 순수수료손익도 같은 기간 5.6%나 줄었다. 국민은행 역시 순이자이익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2.4% 감소했고 순수수료손익도 무려 9.5%나 감소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급감으로 인한 신탁수수료 감소의 영향이다.
KB금융이 이처럼 영업을 통해 돈을 벌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익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은 비용관리 덕분이다. 국민은행 한 고위관계자도 KB의 이익 증가와 관련해 "이자이익이나 비이자이익 등 돈을 벌어서 이익을 낸 것보다는 비용을 줄인 측면이 크기 때문에 아직 만족할 수준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제 KB금융은 올 상반기 일반관리비용과 대손비용 등 나가야하는 비용을 크게 줄였다. 올 상반기 대손충당금전입액은 313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무려 31.6%나 감소했다. 지난 1분기 충당금 환입요인이 발생한 영향도 있지만, 올해 2분기 충당금전입액도 1945억원에 불과해 대손비용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지난해 이후 희망퇴직 등을 통해 인건비 등을 줄인 영향도 컸다. 인건비만 올 상반기 17.8% 감소했고, 이를 포함한 일반관리비는 13.2% 감소했다. 이처럼 비용 감소에는 성공했지만 영업을 통해 이익을 늘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러니 바짝 추격하는 KB금융도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만 하다.
지난해 이후 희망퇴직 등을 통해 인건비 등을 줄인 영향도 컸다. 인건비만 올 상반기 17.8% 감소했고, 이를 포함한 일반관리비는 13.2% 감소했다. 이처럼 비용 감소에는 성공했지만 영업을 통해 이익을 늘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러니 바짝 추격하는 KB금융도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