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거침없는 가계부채]①한진해운 꼴날라

  • 2016.09.08(목) 11:03

다급해진 금융위...8·25 대책 후 11일만에 또 대책
부동산경기 의식 밋밋한 대책 일관하며 폭탄 키워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재차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걱정 탓에 갈팡질팡, 미적미적 대책으로 일관하면서 폭탄만 계속 키우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국내 경기침체 등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가계부채 취약점을 재점검하고, 해법도 짚어본다.[편집자]

가계대출이 여전히 꺾일줄 모르자 정부도 다급해졌다. 통상 정책을 발표하면 몇개월간 시차를 두고 정책 효과를 봐가며 추가대책을 논의한다. 그런데 최근 이 공식이 무너진 듯 하다. 

지난달 25일 가계부채 관리방안(8·25대책)을 발표한 이후 금융위원회는 11일만인 지난 5일 관련 대책을 앞당겨 시행키로 했다. 새로운 대책을 내놓은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다급했다는 얘기다. 한편으론 정책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기도 하다.

주택 공급을 조절해 집단대출을 줄이겠다는 대책은 오히려 시장에서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대출 수요를 늘리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지만 오히려 정치하지 못한 대책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8.25대책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임 위원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8.25 주택 공급 조절 대책을) 단순히 수요공급원리에 따라서 이해하지 않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시장은 단순한 수요공급 논리로 이해했다. 8.25대책의 뼈대는 집단대출 증가의 주범인 주택공급을 줄여서 집단대출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은 이를 공급 축소로 받아들였고,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면서 빚을 내 집을 사려는 수요 혹은 심리를 키운 꼴이 됐다. 

임 위원장은 "공급조절은 전체 주택시장을 놓고 줄이는게 아니라 지역별로 수급여건을 고려해서 대응하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예를들어 미분양이 발생하고 공급물량이 과도한 지방은 축소하고, 수도권 중에서도 수요가 있는 지역은 적정공급이 이뤄지도록 하는 아주 미세한 조절(파인 튜닝)이라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그게 아니라고 다시한번 시그널을 준 것이지만 얼마나 시장에 먹혀들지는 알 수 없다. 8·25대책 이후인 지난주 서울지역 아파트 값은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여전히 오름세다. 
전체 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라도 강남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 지역에선 대출 수요가 늘어날 개연성이 크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에도 은행 가계대출은 무려 8조7000억원이나 증가했다. 8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치이고 월간 기준으로는 지난 2008년 이후 두번째로 큰 규모다. 지난해 10월 9조원 증가한 것이 역대 최대치다. 

◇ 대책 발표 후 11일만에 조기 시행 전환 왜?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5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8·25 가계부채 대책을 조기 시시행한다고 발표했다.(사진=금융위)

이같은 분위기가 감지되자 금융위는 8·25대책의 조기시행을 발표했다. 대책 발표 이후 11일만이다. 애초 오는 11월 세칙개정을 통해 의무화하기로 했던 집단대출에 대한 소득확인을 즉시 시행키로 했다. 

제2금융권 비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한도를 강화하는 방안도 11월에서 10월중으로 앞당겼다. 내년 1월 도입키로 했던 총체적상환능력 심사시스템(DSR)도 올해 안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계속되고 있어서 이미 발표한 대책을 신속하게 시행하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시장의 반응이 좋지 않으니 후속대책 차원에서 내놓은 게 아니냐"고도 말했다. 

통상은 정부가 정책을 발표하면 정책 효과 등 추이를 지켜본 후 추가 대책 등을 내놓는 수순을 밟는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이 기간도 단축되는 분위기다. 11일만에 조기시행으로 전환할 만큼 가계부채 관리가 시급하고, 정부 역시 다급해진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보증한도 제한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이를 2건으로 제한한지 두달만에 주택금융공사 보증건수와 통합해 2건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강화했다. 

◇ 여전히 효과는 의문

밋밋한 대책들만 내놓으니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줄어들지 않고, 또다시 대책을 내놓는 상황만 되풀이 되고 있다. 정부조차도 정책에 확신이 없는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고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대책의 조기시행 역시도 당장에 가계부채를 꺾기는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장은 "여전히 주거비용이 줄지 않고,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크고,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쉬운 구조이니 가계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즉시 시행키로 한 집단대출 소득확인의 경우는 대출 심사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아니어서 대출을 줄이는 효과를 내기도 어렵다.

애초 시행시기를 시행세칙 개정 이후로 정한 것은 강제력을 부여하기 위한 것인데 지도 형식으로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존에도 이와 같은 지도는 여러 차례 했지만 일선 창구에서 제대로 이행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며 "세칙에 반영함으로써 이행력을 담보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대출에 대한 DSR도입 역시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을 집단대출로 지목한 만큼 당장에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게다가 연내 도입 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위해선 신용정보원에서 개별 차주의 대출정보를 모으고 이를 토대로 개별 은행도 전산을 구축해야 한다. 신용정보원이나 은행 양측에 촉박한 일정이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