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6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휘호의 문구다. 박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저축의 '전도사'였다. 그는 52년 전인 1964년 경제개발을 위해 국민이 돈을 모아야 한다며 '저축의 날'을 만들었다.
저축의 날은 이후 1990대까지 대통령이 참석하고 저축을 많이 한 연예인들에게 상을 주는 등 성대하게 치르며 국민적인 관심을 받아왔다.
그러나 2000년대 저금리 저성장이 이어지며 저축의 날의 의미는 퇴색되기 시작했고, 결국 5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정부는 이제 '금융의 날'로 그 의미를 확대한다며 첫 행사를 치렀다. 재산 형성 방식이 저축뿐 아니라 투자 등으로 다양화하고, 금융의 역할도 커졌다는 명목이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서민들은 가계부채 1300조원에 허덕여 저축할 돈은 물론 당장 쓸 돈도 줄었다. 저축을 반기던 은행들은 이제 '돈'이 안 되는 예금에 손사래를 친다. 대부분 은행이 내놨던 저축의 날 기념 특판예금은 종적을 감췄다.
◇ 1회 금융의 날…금융개혁 등 수상 범위 확대
금융위원회는 25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제1회 금융의 날 행사를 열었다.
'금융의 날'로 이름을 바꾼 뒤 처음 열린 이번 행사에선 기존 저축 유공과 서민금융 유공에 대한 포상에 더해 금융개혁 추진 유공자를 선발했다.
금융개혁 추진 유공으로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상한 민상기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금융위가 만든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 출신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 위원장, 금융개혁회의 의장 등을 역임했다.
저축 유공에는 성백종 부평경찰서 경위가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상했다. 32년간 경찰공무원을 지내면서 은행에 꾸준히 저축해왔고, 이 돈으로 위암과 교통사고 등 역경을 극복했다.
이밖에 기술금융과 관련, 김용태 한국신용정보원 팀장이 금융개혁 추진 유공 국민포장을 받았고, 이우승 국민행복기금 총괄 본부장은 서민금융 유공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최초 사업자로 국무총리표창을 받은 신혜성 와디즈 대표이사의 이름도 눈에 띈다.
◇ 사라진 특판예금…저축할 여유도 이유도 없다
저축의 날 취지를 유지하면서도 금융개혁과 기술금융, 서민금융, 크라우드펀딩 등 수상의 범위를 대폭 확대했지만 기념일의 의미는 오히려 대폭 축소한 분위기다.
이번 금융의 날을 기념해 예금 상품을 내놓은 시중은행은 KEB하나은행이 유일하다. 그나마 금리를 높게 책정한 게 연 1.7%다. 하나은행은 이 정기예금 상품을 1조원 한도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저축은 이미 서민들에게도, 정부에도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다. 예금금리는 1%대에 그치고 있어 은행에 돈을 맡겨 재산을 불리는 공식은 더는 통하지 않게 됐다. 이에 따라 1988년 24.3%로 정점을 찍은 가계순저축률은 지난해 7.7%까지 급락했다.
▲ 자료=한국은행,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 |
저축할 돈도 없다. 가계부채는 1300조원을 향해 달리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은 2012년 16.3%에서 지난해 23.2%로 빠르게 증가했고,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은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173.6%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나 기업 입장에서도 저축률이 높아지면 소비와 투자가 줄 수 있기 때문에 장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금융의 날을 새로 만들긴 했지만, 요즘 같은 분위기에선 그들만의 리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