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정부 경제 정책의 가장 큰 방향성은 경기 회복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 데 있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내년 20조원 이상을 투입해 '총력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내년 1분기엔 역대 최고 수준의 재정 조기 집행을 통해 연초에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그러면서도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6%로 기존보다 크게 낮췄다. 경기 방어를 위한 총력전을 펼친 결과물이 2%대 중반의 성장률인 셈이다. 그만큼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정부의 계획이 틀어지거나 대내외 여건이 나빠지면 2%대 성장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탄핵 정국과 함께 내부 악재도 쌓여 있어 정부의 대응책이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대통령 탄핵과 함께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이번 경제 정책의 틀은 '시한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 거시 정책 확장적으로…경기 활성화 20조원 이상 투입
기획재정부는 29일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큰 틀에서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민생여건 개선과 4차 산업혁명 등에 대응한 구조 개혁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내년 거시정책은 최대한 확장적으로 운용해 대내외 리스크 확대 가능성에 미리 대비할 방침이다. 정부는 국내 경제가 올해 하반기부터 악화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도 기존 3.0%에서 2.6%로 대폭 낮췄다. 기재부는 "올해 2.6% 성장률 수준으로 경기를 방어하기 위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내년에는 총 20조원 이상을 경기 활성화에 쏟아부을 계획을 내놨다. 올해 초과 세수에 따른 지방교부세·교육교부금 정산분 3조원 가량을 내년 4월에 지자체에 지급하고, 연간 재정집행률을 1%포인트 올려 3조원을 확보한다. 여기에 더해 공공기관 투자를 7조원 확대하고, 정책금융을 통한 자금 공급 역시 8조원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 2017년 경제정책방향 3대 분야 9대 중점 추진 과제. (자료=기획재정부) |
이와 함께 내년 1분기 중앙정부는 31%, 지방자치단체는 26%가량 재정 조기 집행을 단행할 계획이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자금공급 역시 1분기에 25% 조기집행한다. 내년 초에 올 하반기부터 커지고 있는 경기 하방리스크에 집중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 국가·지자체 정권 1만명 증원…저출산 정책 재점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도 추진한다. 올해 15조 8000억원에서 내년 17조 1000억원으로 늘어난 관련 예산을 조기 집행하고, 민간 영역의 고용 여건 보완을 위해 국가·지자체 정원을 1만명 증원한다. 공공부문에서 6만명 이상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과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 구조의 변화에 맞춘 대응책도 내놨다. '4차 산업혁명 전략위원회'를 신설해 내년 4월까지 대책을 마련하고, 판교 창조경제밸리를 혁신클러스터로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확보와 관련 생태계 혁신을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저출산 정책에 대해선 현행 정책을 재점검해 2018년 예산안부터 반영하기로 했다. 결혼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으로 '혼인세액공제' 제도도 신설한다. 신혼부부 전세자금 우대금리 확대와 출산휴가 급여 인상도 추진한다.
◇ 6개월 시한부 정책?…정국 혼란에 효과 미지수
정부는 경기 방어를 위한 '총력 대응'의 의지를 강조했지만, 계획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미국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 전환 가능성과 영국의 브렉시트에 따른 파장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만만치 않다. 미국 금리 인상과 함께 신흥국 리스크가 커질 수 있고, 국내 가계부채 문제 역시 언제든지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
▲ 자료=기획재정부 |
대내적으로는 내수가 둔화하면서 경기 회복세가 약화하고 있고, 고용도 둔화하고 있다.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적응 부족 등 구조적으로도 취약한 상황이다. 이런 동시다발적 악재에 더해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해져 전망을 더욱 우울하게 하고 있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내년 1월 대통령 탄핵 결정을 내리면 3월에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데, 이 경우 이번 경제정책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정부 내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정부부처 고위관계자는 "내년 업무계획은 6개월 정도의 시한부나 마찬가지"라며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기존 정책을 보완하는 수준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