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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한듯 안한듯‥은행권 '비대면 전략' 가속

  • 2017.04.03(월) 17:43

은행들 K뱅크 출범 맞서 비대면 서비스·상품 대거 선봬
윤종규 "디지털 경쟁자" 거론, 위성호 "경쟁자는 ICT기업"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K뱅크가 본격적인 영업의 시작을 알리자, 시중은행들은 겉으론 덤덤한 척하지만 자못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당장에 폭발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순 없지만 금융의 흐름이 비대면 채널로 급속히 옮겨가는 동시에 4차 산업혁명이라는 대변화를 앞두고 있는 만큼 긴장의 속도를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3일 정기조회사를 통해 K뱅크의 영업 개시를 언급했고, '디지털 경쟁자'로 지칭하기도 했다. 시중은행들은 K뱅크의 출범을 의식한 듯 지난달 비대면 상품과 서비스를 쏟아내며 비대면 전략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K뱅크와 카카오뱅크의 가세로 비대면 채널에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한 은행들의 견제 전략도 관전포인트다. 

 


◇ 은행권 상위클래스 KB·신한도 바짝 고삐죈다

윤종규 회장은 이날 K뱅크의 영업 개시를 언급하며 "디지털 경쟁자들의 전략은 제대로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고객을 대상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쟁자보다 한발 빨리 의사결정을 하고 고객에게 우선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도 이날 창립기념사에서 "금융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경쟁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앞으로 신한의 경쟁자는 ICT기업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은행업을 둘러싼 경쟁환경 변화의 본질을 정확히 통찰하고 과감한 혁신을 실행하자"고 주문했다.

◇ 음성인식, 보이는 ARS 등 다양한 비대면 서비스

 

은행들은 다양한 비대면 채널을 통해 더욱 간편한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달 31일 별도의 앱 없이도 신용대출과 신용카드를 신청할 수 있는 온라인 영업점 '모바일 브랜치'를 선보였다. KEB하나은행 거래여부나 공인인증서 등 보안매체 유무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다. 신용대출 심사에 필요한 증빙서류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영업점 방문이나 팩스 송부 없이 제출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우리은행은 금융권에선 처음으로 음성으로 금융거래를 하는 '음성인식 AI뱅킹, 소리(SORI)를 출시했다. 스마트뱅킹 앱에서 '소리' 아이콘을 클릭해 음성명령으로 계좌조회, 송금, 환전, 공과금 납부 거래를 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폰에선 '퀵메뉴' 기능을 통해 음성명령으로 바로 앱을 실행하고 금융거래를 할 수도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존 금융거래가 수많은 메뉴를 모아 놓은 앱에 고객이 찾아와 거래를 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고객이 원하는 거래를 말만하며 안내를 해주는 식으로 고객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KEB하나은행도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송금하는 '텍스트뱅킹'을 선보인 바 있다. 이 역시 궁극적으론 AI 활용을 위한 초기 단계로 대화형 뱅킹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서 폰뱅킹 업무를 처리하는 '보이는ARS 서비스'를 선보였다. 신한은행은 폰뱅킹 번호로 전화를 걸면 자동으로 해당 서비스에 접속되며 고객들은 음성으로 안내하는 기존 ARS와 보이는 ARS서비스를 선택해서 이용할 수 있다. 음성ARS보다 30초 이상 업무처리를 단축할 수 있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 아직은 획기적이라고 느낄 정도의 변화는 아니다"면서도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과 4차 산업혁명 등에 대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달라"고 말했다.


◇ 틈새 노린 비대면 상품도 속속

국민은행은 타깃을 1인 가구에 맞춘 스마트폰 전용상품인 'KB 1코노미 스마트적금'을 내놨다. 지난달 6일 출시 후 10영업일 만에 1만좌를 돌파하는 등 인기를 모으고 있다. 1인 가구를 위한 맞춤 혜택으로 배달의민족에서 론칭한 모바일 반찬가게 앱인 '배민프레시'와 제휴해 적금 가입 고객에게 무료 반찬쿠폰을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위비뱅크를 통해 가입하는 모바일전용 외화통장 '위비 외화클립'을 출시했다. 쉽게 외화 매매와 적립이 가능하다. 입금 가능한 통화는 미국 달러, 일본 엔화, 유로 등 11종이다. 간편뱅킹을 적용해 하루에 100만원 이하는 인증서 없이 외환매매(이체)를 할 수 있고, 기존 8단계에서 2단계로 외환매매 프로세스를 단축했다. 오늘(3일)부터 내달 말일까지 외화클립에 가입하면 인터파크투어, 신세계면세점, 트래블메이트 등 제휴처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쿠폰과 적립금도 제공된다.

신한은행은 써니뱅크 앱을 통해 체크카드 기능을 탑재한 학생증 발급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 고등학교 대학교 학생들이 학생증을 발급받기 위해선 서류작성과 수령을 위해 두 번 영업점을 방문해야 했다. '써니캠퍼스'라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수령할 때만 영업점을 방문하면 된다.

 

은행권 또 다른 관계자는 "앞으로 비대면 채널에서의 경쟁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은행들도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선 더욱 차별화된 비대면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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