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거래 계좌 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지난달 24일 기준으로 2326만 개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시장이 안 좋다고 하지만 참여자는 계속 늘고 있는 건데요.
단순 계산하면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주식계좌를 가지고 있으며, 그만큼 주식거래가 보편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저처럼 계좌를 2개 이상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을 테니 실제 투자자는 이보다 적겠지만요.
주식 계좌 수는 이렇게 많은데 실제 주식 거래는 크게 늘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수수료 수익 의존도가 높은 증권사들로서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겠죠. 게다가 지점 통폐합과 함께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영업망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 증권사가 개인 고객을 획기적으로 끌어모을 방법은 비대면 계좌개설뿐인 듯합니다.
▲ KTB투자증권 홈페이지 내 이미지 |
이런저런 이유로 증권사들이 거액을 들어 적극적으로 비대면 계좌개설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데요. 일차적으로는 신규 고객 유치가 목적이지만, 기존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한 방어 차원의 성격도 강해 보입니다.
한 증권사는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한 고객에게 10년 동안 주식거래 수수료 무료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고요. 다른 증권사들도 3년 동안 수수료 무료에 3만원 즉시 지급 또는 5년 동안 수수료 무료에 백화점 상품권 2만원권 지급 등 혹할만한 혜택을 내놨습니다.
고객을 유치해도 수수료가 무료면 수익엔 도움이 되지 않을 텐데요. 그런데도 증권사들은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걸까요.
기존엔 주로 은행 창구에서 증권 계좌를 개설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은행 창구에서 계좌를 만들면 증권사가 이에 따른 비용을 지급해왔는데요. 그 비용을 마케팅비로 활용한다는 것이 증권사 입장입니다. 또 거래 수수료는 무료지만, 다른 상품 판매로 연결할 수 있는 잠재적 고객 확보 차원에서 충분한 투자가치가 있다는 판단입니다.
올해 들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마케팅 효과 때문인지, 해당 증권사들의 고객 점유율도 높아졌다고 하는데요. 반면 점유율은 높아지겠지만, 수익이 늘지 않으면 결국 치킨게임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더 커지고 있습니다. 과거 홈트레이딩서비스(HTS)와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 등 새로운 거래 방식이 도입될 때마다 증권사들의 수익 구조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증권사의 부침이 있었는데요.
이번 비대면 계좌개설 마케팅 전쟁은 어떻게 결론 날까요. 증권사들의 의도대로 잠재 고객 확보와 함께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까요, 아니면 구멍 난 독의 구멍을 더 키우는 설상가상의 악재가 될까요. 결과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전통적인 수수료 인하 경쟁과 근본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숙제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 미래에셋대우 홈페이지 내 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