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냐 연명이냐.
대우조선해양 살리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이 '데드라인' 직전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우조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채권자인 국민연금은 주말 내내 아슬아슬한 협상을 이어가며 샅바 싸움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늦어도 내일(17일) 오전에 최종 입장을 내놔야 한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6일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추진 현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는 주말인 16일 각각 브리핑을 열고 국민연금의 대우조선 정상화 작업 동참을 촉구했다. 국민연금 등 회사채·CP(기업어음) 투자자 집회를 하루 앞두고서다. 애초 지난 14일 국민연금이 최종 결정을 내리리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이날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산업은행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있고 국민연금은 산은이 투자자 회사채의 법적인 '보증' 등을 요구하며 이에 반대해왔다. 관련 기사 ☞ '교착' 대우조선, 결국 법정관리 가나
그동안 양측의 이견이 쉽게 좁혀지지 않아 대우조선이 결국 법정관리(P 플랜·프리패키지드 플랜)에 돌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그러던 중 지난 13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이 전격 회동하면서 타협점을 찾은 듯했으나 국민연금은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산업은행 측이 상환을 '보장'한다고 했지만 이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이 국민연금의 선택을 주저하게 했다.
◇ 산업은행, 회사채·CP 상환 이행 확약서 전달
산업은행은 결국 이날 오전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에게 '회사채·CP 상환을 위한 이행 확약서'를 전달했다. 더는 협상 시간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마지막 협상 카드다. 채권 상환을 법적으로 '보증'해줄 수는 없지만 일정 장치를 통해 상환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체적으로는 회사채·CP 투자자들에게 갚을 돈 중 청산 시 회수할 수 있는 1000억원을 즉시 별도 계좌에 예치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이렇게 하면 대우조선을 청산(법정관리)할 때 채권자들이 얻을 수 있는 가치보다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산업은행의 설명이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대우조선을 청산할 경우 회사채·CP의 가치는 6.6%, 1000억원 가량으로 떨어진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 매년 실사를 해 회사가 상환 능력이 있다고 확인되면 잔여 채권의 조기 상환도 추진하겠다고 제안했다. 현재 산업은행이 추진하는 채무조정안에 따르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는 채권의 50%를 2020년까지 만기 연장해야 하는데 상황이 호전되면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의미다.
▲ 산업은행이 16일 오전 기관투자자에 발송한 확약서 주요 내용. (자료=금융위원회) |
◇ 국민연금 찬성해도…18일까지 '긴장' 모드
국민연금이 채무조정안에 찬성하면 대우조선은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다. 사채권자 집회는 오는 17~18일 이틀에 걸쳐 다섯 차례 열리는데, 여기에 참석하는 대부분 투자자가 국민연금의 선택을 지켜보며 '유보적' 견해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찬성하면 나머지 투자자들도 이에 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다만 일부 투자자가 반대하는 '이변'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사채권자 집회 중 한 회차라도 채무조정안이 부결되면 곧장 P플랜에 돌입하게 된다는 점에서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국민연금 찬성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며 "(사채권자 집회의) 회차별로 가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여러 기관투자자가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채권자들을 동등하게 대우하고 있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대우조선이 모든 기관을 대상으로 설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