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노조 설치지 마라" 윤종규 2기 출발부터 시끌

  • 2017.11.20(월) 15:59

노조 제안 안건 두고 주주간 입씨름에 몸 다툼
하승수 변호사 선임 부결됐으나 갈등 지속될 듯

"주주면 주주답게 해야지. 왜 노동조합이 나서. 노조가 나서면 기업 망해."
"주주 의사진행발언 막지 마세요!"


20일 오전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KB금융그룹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은 노동조합의 제안을 두고 입씨름을 벌였다. 윤종규 회장 2기 체제의 닻을 올리는 자리였으나 하승수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 등 노조에서 올린 안건을 둘러싸고 소란이 일었다.   

▲ KB금융그룹 주주들이 20일 오전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견 차이를 보이다 몸싸움을 벌였다./이명근 사진기자

◇ 노조 행보 두고 언쟁에 주먹다짐

이날 주총은 윤종규 회장의 연임과 허인 은행장 선임을 확정 짓는 자리였다. 통상적으로 CEO를 임명하는 주총은 별다른 이의 없이 진행된다. 하지만 이번 주총에선 하 변호사 발탁, 회장의 이사회 참여제한 등 노조 제안 안건을 함께 올리면서 논쟁이 오갔다. 

주총을 진행하기 전부터 우리사주조합 등은 "이의가 있다"면서 강경 태세를 보였다. 윤 회장의 개회 선언 직후 일부 주주는 "사측에 비판적 입장을 지닌 주주들의 입장을 막았다"며 언성을 높였다. 

노조의 제안으로 주총을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 하 변호사 선임 의결을 앞두고 우리사주조합은 의결권을 위임한 우리사주 주식이 집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주식 의결권 위임장은 보통 주총 전에 회사에 미리 낸다. 사전에 일정을 맞추지 못하자 우리사주조합은 당일 위임장을 제출하면서 주총을 멈추고 집계할 것을 요구했다. 

윤 회장은 "노조가 사후에 문제를 또 다시 얘기할 여지를 주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제안을 받아들였다. 일각에선 주총 지연에 불만을 드러냈다. 주주 박남근씨는 "주총 현장은 주주가치를 실현하는 곳이지 노사 협의의 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 시절부터 KB금융 주총에 참여했다는 한 주주는 "난 정말 KB를 사랑한다"면서 "현대자동차를 보면 알겠지만 노조가 설치면 골치 아파진다"고 비난했다. 노조의 행보를 두고 주주들끼리 의견 차이를 보이다 주먹다짐을 벌이기도 했다. 

◇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부결됐지만

KB금융의 최대 주주인(9.79%) 국민연금은 이날 하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 찬성 표를 던지면서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주총 출석 주식 수 대비 찬성률이 17.73%에 그치면서 부결됐다. 안건이 통과되려면 출석 주식 수 대비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노조는 하 변호사 선임에 대해 '낙하산' 인사와 '거수기' 이사회를 견제할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하 변호사는 정치권 경력 위주라 경영에 보탬이 되지 않는데다 '관치'에 오히려 취약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이 안건에 반대 의견을 냈다. 한 주주는 "나는 '정치인'이 싫다"고 꼬집기도 했다.

우리사주조합 측은 "하 변호사는 정치권력을 얻기 위한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서 "그가 변호사로 살아온 삶은 부끄럽지 않다"고 해명했다.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이 노동이사제와도 다르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우리사주조합 측은 "노동자를 이사로 올리는 게 아니라 주식회사 법에 따라 주주 제안을 한 것뿐"이라며 "노조 중심 주주 제안이라고 해서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말아달라고"고 덧붙였다.

이번 주총에선 노조 추천 사외이사를 발탁하지 않았으나 이 이슈는 다음 주총 때 또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우리사주조합에선 선을 그었으나 문재인 정부가 노동이사제 도입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만큼 노조의 경영 참여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