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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금융지주CEO 연임 논란, 부활하는 '관치'

  • 2017.12.11(월) 17:30

최종구 금융위원장 '현직 CEO에 유리한 승계절차' 또 지적
"이해 안돼" 금융권 반응 싸늘‥금융사 인사개입·관치 비난도

금융사의 지배구조 이슈에 또다시 불이 붙었다.

 

논란의 핵심은 CEO 승계프로그램 즉 '연임 절차'에 있다. 특히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 문제를 연이어 거론하며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향후 파장의 강도와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관치 논란 또한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배구조 혹은 CEO승계에 대한 제도와 운영의 문제라고는 하지만 미묘한 시점에 이같은 문제를 들고 나온 배경에 대해선 여전히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 결국은 연임 문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1일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금융회사에 대주주가 없다보니 너무 현직(CEO가)이 계속할 수 있게 하는 여러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이 앞서 셀프연임에 대한 작심발언 이후 또 다시 금융회사 CEO를 겨냥해 쓴소리를 했다. 최 위원장은 "정부는 그런 부분을 지적한 것이고 개선책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3연임을 앞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당장 사정권에 들었다. 하나금융은 이르면 내년초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를 열고 차기 회장 선임 작업에 돌입한다.

 

최 위원장은 "특정인을 어떻게 하겠다는 의도는 아니다"면서 "이런 상황(지배구조 문제)이 없다면 내가 얘기할 일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어떤 배경이 있냐는 식으로 몰고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현재 이런 상황에 문제가 있다는게 정부가 말한 배경"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최근 정권 고위관계자 등의 의중이 반영된게 아니냐는 추측에 대한 반론의 성격인 셈이다.


김정태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직 임원들이 근거 없는 음해성 소문을 낸다고 들었다"며 "조직 발전에서 보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임기(만료) 6개월 전부터 흔들어 대니……"라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 위원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결국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과정에서 현직에 지나치게 유리한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연임 과정에선 노조로부터 셀프연임이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공정성 논란도 불거졌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지난해말 차기 회장 후보군 14명(내부 8명 외부 6명)을 확정지으면서 이를 결의한 회추위원으로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관련기사☞[韓금융 아킬레스건]③하나금융, 장수 CEO로 가는 길

금융감독원의 KB금융과 하나금융에 대한 경영실태평가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금감원은 경영실태평가 과정에서 지주회사 지배구조를 점검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배구조위원회나 회추위에서 현직 회장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공정성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흥식 금감원장도 오는 13일 언론사 경제부장과의 조찬에서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진다.

◇ 관치 논란도 불가피

금융당국이 CEO승계 절차에 메스를 대면서 관치 논란도 불가피해졌다. 최 위원장은 "민간회사 인사에 개입할 의사도 없고 정부가 지금까지 그렇게 해 오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금융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사실상 금융지주 CEO의 연임에 제동을 걸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가장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사 인사에 '사실상 직접적'으로 개입했던 것은 지난 2014년의 KB사태 때다. 임영록 당시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금융위가 '직무정지 3개월'이란 중징계를 내리면서 자연스레 CEO 교체로 이어졌다.

다만 당시 지주 회장과 행장간 내분으로 KB가 혼란에 빠졌고, KB 이사회는 오히려 회장과 유착하면서 혼란 수습 등의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점이 정부 개입의 결정적 배경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최소한의 명분'도 약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아직까지 연임에 제동을 걸만큼 결격사유가 드러나지 않았고, 절차에도 결정적인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사 한 관계자는 "윤종규 회장 연임 과정에선 아무런 얘기가 없었고, 하나금융은 회추위를 시작하지도 않은 상황"이라며 "지금 시점에서 문제를 들고 나온게 이해가 안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민간 금융회사 CEO의 선임에 대해 당국이 가이드라인 마냥 왈가왈부하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이는 이사회와 주주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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