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연임 논란 등 금융권 CEO 선임 이슈에 대해 작심발언을 쏟아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연임 과정에서 공정성과 셀프연임 논란을 빚었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3연임을 앞두고 있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최종구 위원장은 29일 금융권 인사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동안 CEO 선임이나 연임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CEO 선임 이슈에 상당 시간을 할애해 답변했다.
최 위원장은 "금융지주사 CEO는 은행권의 지배구조 특성상 다른 일반회사와 구분된다"며 "CEO선임에 영향을 미칠 특정 대주주가 없어 해당 CEO가 본인의 연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게 논란의 중심"이라고 지적했다.
▲ 사진/금융위원회 |
이어 "CEO 스스로 가까운 분들로 (CEO 선임권을 가진) 이사회를 구성해 본인의 연임을 유리하게 짠다는 논란이 있다"고도 비판했다. 유력한 승계 경쟁 후보가 없는 점도 꼬집었다. 최 위원장은 "본인 이후에 경영공백 없이 승계작업이 제대로 이뤄지게 하는 것이 CEO의 책무"라며 "시중의 우려처럼 유력하다고 여겨지는 경쟁자를 다 인사조치해서 대안이 없다는 식으로 만들어 계속 연임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중대한 책무 유기"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금융회사는 CEO뿐 아니라 경영진 구성을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면서도 "이런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도 금융당국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장이 금융회사 CEO 선임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인 만큼 최근의 논란에 대해 상당한 문제 의식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 배석한 당국 한 고위관계자도 "(최종구 위원장이)작심하고 얘기한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최근 공식 취임한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연임 과정에서 노조로부터 '셀프 연임'이란 비판을 받았고, 공정성 논란도 불거졌다. 특히 최종 면접 대상자 선정에서 김옥찬 당시 KB금융지주 사장(최근 퇴임)과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이 윤 회장과 함께 후보에 올랐지만 김 전 사장과 양 사장이 고사하면서 사실상 단독후보로 올랐다.
오는 3월말 임기가 끝나고 3연임을 앞두고 있는 김정태 회장도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 김 회장이 지난 6년간 재임하면서 유력한 경쟁 후보가 없는 점은 꾸준히 지적돼 온 문제다. 이사회 구성 역시 최 위원장의 말마따나 회장의 연임에 유리한 구성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