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끝내 '낙하산 인사'를 뿌리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가 계열사인 KB부동산신탁에 부회장 자리를 신설하고, 그 자리에 김정민 전 KB부동산신탁 대표 영입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자칫 지난 2014년 낙하산 CEO들 간에 권력다툼을 벌인 KB사태가 향후에 재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KB회장 선출 과정에서도 잠재 후보군으로 등장했던 만큼 향후 갈등의 요인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이명근 사진기자 |
◇ 끝내 낙하산 인사..KB엔 '독'
김정민 전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부산상고 출신으로 노무현 캠프에 이어 2012년 대선 당시엔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국민은행 부행장 출신이지만 2010년 1월 KB부동산신탁 대표를 마지막으로 KB를 떠났다. 사실상 정치권과 연이 닿은 낙하산 인사로 시장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최근 KB금융지주 회장 선출 과정에서도 회장 후보로 끊임없이 거론되기도 했다. KB금융 고위관계자는 "KB부동산신탁 대표를 맡았고, 최근까지 부동산신탁 등의 관련 업계 일을 계속 했던 인물"이라며 "비은행 시너지를 확대하고 관련 업무 자문을 위해 영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윤종규 회장의 연임이 결정된 이후에도 KB측에 자리를 요구하는 등 김 전 대표에 대한 풍문은 끊이지 않았다. 윤 회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끊임없이 낙하산 인사의 유혹을 받아왔다. 옛 주택은행 출신인 현기환 전 정무수석이 대표적이다. 정무수석으로 임명되기 전 야인시절에 국민은행장 등을 노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들어선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 회장을 겨냥해 '셀프연임'을 비판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도 가세해 CEO 승계 등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그동안 버텨왔던 윤 회장도 최근 당국의 지배구조에 대한 전방위 압박과 맞물리며 결국 부회장직 신설이란 카드를 꺼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방패막이든 울며 겨자먹기 혹은 고육지책이든 KB안팎에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 자칫 '제 2 KB사태' 우려
비효율적인 옥상옥 구조인 데다 자칫 제2의 KB사태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감마저 제기된다. 불과 3년여 전에 있었던 KB사태는 서로 다른 낙하산 줄을 타고 내려온 임영록 당시 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간에 권력다툼에서 비롯됐다.
임 전 회장은 조용히(?) 지주 사장을 지내다 회장으로 영전한 보기 드문 사례를 만들었다. KB사태로 인해 불명예 퇴진했다. 김정민 전 대표 역시 자천타천 회장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부회장으로 임명되는 경우 당장엔 자문 역할에 그치겠지만 잠재적인 회장 후보군으로 공식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현 회장 등 경영진과의 갈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국민은행지부도 21일 성명서에서 "(김정민 전 대표는) KB에 빈 자리가 있을 때마다 자가발전을 계속해 온 인물로 불과 얼마 전까지 지주 회장 자리에 오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며 "KB의 대표적인 정치적 인물"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