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이변은 없었다. 채용비리 논란, 금융당국과 마찰 등 굵직한 이슈가 불거진 가운데 치러진 주요 금융지주 정기주총 결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주목을 받았던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은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고 노조의 사외이사 선임시도는 실패했다.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들도 모두 선임됐다. 국민연금도 큰 변수가 아니었다.
다만 DGB금융지주 회장이 채용비리 논란 등의 책임을 지고 대구은행장을 사퇴한 것이 유일한 돌발 상황이다.
◇ 하나·KB금융, 주목 받았지만 이변 없었다
하나금융은 23일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정기주총을 열고 참석주주의 84.6%의 찬성으로 김정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가결했다. 또 김홍진, 백태승, 양동훈, 허윤 사외이사 신규선임도 통과됐다.
김정태 회장의 3연임에 대해 국내 의결권자문사들은 셀프연임, 채용비리 논란 등을 지적하며 반대의견을 냈고 하나금융 노조도 연임에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김 회장의 경영능력을 높게 평가하며 찬성의견을 제시했고 지분 70%가 넘는 외국계주주들의 표심을 얻어 3연임이 결정됐다. 지분 9.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중립'의결권을 행사했다.
같은 날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KB금융 주주총회에서는 주목받았던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건'과 노조가 주주제안한 정관변경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KB노조는 지난해 11월 사외이사 선임에 실패한 뒤 이번 주총에서도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를 추천했지만 4.23% 찬성표를 얻는데 그쳤다. ISS가 반대의견을 냈고 지난해 11월 찬성표를 던졌던 국민연금마저 반대로 돌아섰다. 주총에서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선우석호, 최명희, 정구환 사외이사가 신규 선임됐고 유석렬, 박재하, 한종수 이사가 재선임됐다.
ISS와 국민연금은 노조가 주주제안한 정관변경안에도 모두 반대했다. 노조가 주주제안한 정관변경안은 '공직 및 정당활동 기간이 2년 이상인 자에 대해 퇴직후 3년내 이사선임을 금지하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사외이사로만 구성하자'는 내용이었다.
이날 주총에서는 윤종규 회장과 노조간에 채용비리 논란과 셀프연임 등을 놓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윤 회장은 주주들에게 채용비리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검찰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 박인규 대구은행장 사퇴 '돌발이슈'
23일 금융권 주총에서는 박인규 대구은행장겸 DGB금융지주 회장의 대구은행장 사퇴 발언이 주목받았다. 이변이 없던 금융지주 주총에서 유일한 돌발이슈였다.
박 회장은 이날 대구은행 제2 본점에서 열린 DGB금융지주 정기주총에서 "최근 여러 사안으로 인해 지역사회와 주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대구은행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채용비리, 비자금 조성 등 의혹과 관련한 검찰수사와 여론악화 등이 배경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다만 "DGB금융지주 회장직에 대해서는 상반기중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을 자회사로 둔 JB금융지주는 특별한 이슈없이 주총이 진행됐다. 주총에서는 김상국 전 SK고문, 이광철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김대곤, 최정수 ,이용신 사외이사와 윤재엽, 임용택 비상임이사를 재선임했다.
JB금융지주도 채용비리에 대한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광주은행은 인사담당 부행장보가 자녀의 2차 면접에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채용비리 사례가 적발됐으며 김한 JB금융지주 회장이 채용비리가 일어난 2015년 당시 광주은행장을 겸임한 이력이 있다.
◇ 신한·우리 조용한 주총..농협지주, 회장·사외이사 선임절차 진행중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DGB금융지주 이외 금융지주 주총은 조용하게 치러졌다.
지난 22일 주총을 개최한 신한금융지주는 김화남 제주여자학원 이사장, 박병대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최경록 CYS 대표이사 등 3명이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또 박철 전 한국은행 부총재,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이성량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히라카와 유키 프리메르코리아 대표, 필립 에이브릴 BNP파리바증권 일본 최고경영자(CEO) 등 기존 사외이사중 5명이 재선임됐다.
신한금융은 지배구조와 관련 CEO(회장)이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 빠질 것인지 결정이 남아 있다. 금융당국은 CEO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배제되도록 지배구조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과 KB금융 윤종규 회장은 사추위에서 빠졌지만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여전히 사추위에 포함돼 있는 상태다.
우리은행은 23일 주총에서 배창식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관심을 모았던 지주회사 전환은 논의되지 않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 추진은 아직 금융당국과 협의 단계에 있다”며 “차후 이사회 의결, 주총 결의를 통해 연내 지주사 전환을 (금융당국에)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22일 정기주총에서 임승태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임기 만료된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유승원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의 재선임 안건도 통과됐다. 단 상임감사는 이번 주총서도 선임하지 못했다. 현재 국민은행 상임감사는 38개월째 공석이다.
한편 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는 23일 신임 사외이사 최종후보자로 이기연 전 여신금융협회 부회장, 이준행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 등 3명을 추천했다. 이들 후보는 3월말 임기가 만료되는 기존 민상기, 전홍렬, 손상호 사외이사 자리를 대신해 사외사직을 맡게 되며 오는 30일 열릴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
농협금융지주는 4월28일 임기가 끝나는 김용환 회장의 연임 또는 새 회장 선임을 위한 절차도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