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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카드납부 갈등, 풀릴까 더 꼬일까

  • 2018.06.21(목) 18:45

카드·보험사, 보험료 카드결제 재협상
보험업 "수수료율 낮춰야"…카드업 "특혜다"
금감원, 보험업계 '대책 마련해라' 압박

보험업계 "1%로 내려달라" vs 카드업계 "2%가 마지노선이다"

 

보험료 카드결제를 두고 보험업계와 카드업계가 다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현재 보험료 대부분은 카드결제가 안 되거나 되더라도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한 상황이다. 보험업계는 보험료를 카드로 결제할 수 있게 수수료율을 내려달라는 입장이지만 카드업계는 거부하고 있다. 자칫 카드업계에만 예외를 허용해줬다가 수수료 인하 압박이 전방위로 확산될까하는 걱정에서다.

 

지난해 금융당국 주도로 카드·보험업계 관계자가 참여하는 협의체에서 이 문제를 다뤘지만 서로 입장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최근 금융당국이 보험업계에 카드 결제 문제에 대한 개선 대책을 요구하면서 다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보험업계에게 한 발 물러서줄 것을 바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보험사-카드사 평행선

최흥식 전 금감원장은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보험료 카드결제 문제 해결을 약속한 뒤 원장 직속 '금융소비자 권익제고 자문위원회'를 만들었다. 보험사와 카드사는 협의체를 통해 8차례 회의를 가졌지만 서로의 입장차이만 확인했다.

보험사는 카드 수수료율이 너무 높다는 입장이다. 보험사 입장에서 고객이 보험료를 카드로 결제 할 경우 결제금의 약 2.2%는 카드사에 수수료로 내야 한다. 이에 보험사는 카드업계가 수수료율을 1% 수준으로 낮춰주길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카드사는 이 요구를 받아들지 않고 있다. 보험 업계의 요구대로 1%대 수수료율을 설정할 경우 다른 업계와의 형평성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만 특혜를 줄 경우 전반적인 카드 수수료율 인하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는 게 카드사의 걱정이다. 카드사는 최대 2%대 수수료를 제시하고 '배수의 진을' 친 상황이다.
 
 

◇ 불편한 보험료 카드 결제

현재 대부분의 보험사는 카드결제로 보험료를 자동이체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특히 생명보험사의 변액보험이나 저축성보험의 카드결제가 어렵다. 지난 3월 기준 생보사 보험료 카드 결제율은 3.5%에 불과하다. 24개 생보사 중 9곳은 보험료 카드 납부가 아예 불가능하다.


손해보험사가 주로 다루는 자동차보험은 납부가 1년에 한 번에 불과하지만 생보사 상품은 보험료를 매달 내는 것이 많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카드결제가 되더라도 가입할 때 한 차례만 허용해주고 자동이체는 안 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첫회 보험료만 카드수납을 받는 것은 지난 2010년 여신금융업법 개정 당시 금융당국이 허용하지 않겠다고 한 행위다. 하지만 2회차부터는 고객이 직접 카드를 들고 보험사 창구를 찾거나 전화로 카드결제를 진행해야 하는 '꼼수'로 사실상 카드 결제를 막고 있다.

게다가 카드수수료는 보험설계사에 부담시키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설계사가 보험상품을 팔 때 카드결제가 아닌 현금결제로 계약을 성사시키면 성과금을 주기도 한다.

◇ 갈등 키운 금융당국 

사실 보험료 카드결제 문제는 금융당국 입장에서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모양세다. 보험료 카드결제 문제는 지난 2010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이후 양 업계의 갈등으로 자리잡았다. 이전에는 보험료 카드납부가 대부분 가능했지만 금융위원회가 이를 업계의 자율에 맡긴 이후 보험사가 카드결제를 거부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금융위는 지난 2010년 6월 여전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카드 결제대상을 '물품 구입 및 용역제공의 대가'에서 '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 방식'으로 변경했다. 보험 상품의 경우 카드 결제금지 대상에서 제외하는 대신 보험사와 카드사간의 자율적인 계약이 가능토록 유권해석을 내린 것이다. 차익거래(Arbitrage) 가능성이 있는 저축성 보험상품에 대한 카드결제 문제 해결을 위해서였다.

금융위는 저축성 보험상품을 포함한 보험상품 전체를 신용카드 결제 금지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이미 신용카드 결제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며 "결제수단 제약은 비효율적이며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막상 정책이 시행되자 부작용이 생겼다. "광범위하게" 이뤄진 보험료 카드결제가 오히려 보험업계의 거부로 제한된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선택의 폭이 더욱 좁아졌다.

◇ 금감원, 카드업계 힘 실어주나

'보험료 카드결제' 민원이 몰리는 금감원 입장에선 카드업계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카드업계의 수익성이 거의 매년 있는 수수료율 인하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료에 대한 '특별한' 카드수수료 인하를 바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에 금감원은 보험업계에 카드결제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는 주문을 하면서 카드업계에는 별다른 요구를 하지 않았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양심이 있다면 보험료 카드결제에 대해서는 카드사 입장을 들어줘야 한다"며 "이유 없이 카드결제를 거부하거나 어렵게 하는 행위는 여신금융업법 위반 소지도 있는 만큼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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