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업계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내수 시장이 차고 넘쳐 마케팅 비용 지출로 인한 제살 깎아먹기 전쟁이 한창이다. 정부는 카드사의 주 수입원인 수수료 체계를 손보겠다고 나섰다. 지난해 말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조달금리도 올랐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법정최고금리도 내달부터 27.9%에서 24%로 떨어진다. 카드사는 비싸게 돈을 빌려와 싸게 돈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다. 상황을 타개하고자 카드업계는 해외시장진출과 디지털화를 고민하고 있다. 올해 카드업계를 쥐락펴락할 요소들을 키워드 중심으로 풀어본다. 카드 수수료 조정과 관련 이해관계자인 전국중소상인협회 배재홍 본부장을 만나 의견을 들어봤다.[편집자]
▲ 배재홍 전국중소상인협회 본부장 [사진=이명근 기자] |
"수수료 인하 조치는 소상공인 처우를 개선하는 과정의 일부분일 뿐입니다. 카드사가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철저하게 고민해 가맹점과 공생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배재홍 전국중소상인협회 본부장(51·사진)은 지난해부터 정부가 내놓고 있는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영세가맹점을 대상으로 우대수수료 혜택 폭을 넓힌 데 이어 올해 7월께 한차례 더 수수료를 낮춘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황이다. 소상공인 단체들은 환영하고 있지만 수익감소가 불가피해진 카드사들은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배 본부장은 "국내에서 이익의 대부분을 내고 있는 카드사들이 지속가능한 관계 형성에 대한 고민없이 지나치게 이익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과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맞물리면 자영업자의 주머니가 채워지고 소비가 늘어 결국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비 확대는 결국 카드 업체들의 실적 증가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누이좋고 매부좋은' 결과가 창출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정부정책이 결국 포퓰리즘에 근거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수수료 인하 정책이 카드사에 가하는 타격은 상당한데 반해 소상공인에 돌아가는 혜택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게 비판의 골자다.
지난해 여신금융협회가 500개 영세가맹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신용카드 수수료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는 비중은 전체의 2.6%에 불과했다. 주된 부담요소로는 경기침체(57.2%)와 임대료(15.8%)가 꼽혔다.
이에 대해 배 본부장은 "영세사업자들은 계산기를 두드려가면서 수수료를 따져볼 만한 여유가 없다"며 "연매출로 3억원을 내는 영세업자들의 경우 1년에 내는 수수료가 390만원에서 240만원으로 150만원 정도 떨어지는 셈인데, 영세사업자의 삶을 개선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카드사를 포함한 기업과 영세상인들이 지속가능한 관계를 이루기 위해서는 유통산업발전법과 중소상인적합업종특별법 등 세부적으로 논의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또 "궁극적으로는 가맹점과 카드사가 동등한 입장에서 수수료를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공동이용망 제도도 세부적으로 검토해 가맹점이 수수료 협상의 주체가 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이용망 제도는 가맹점이 수수료를 낮게 제시하는 신용카드사와 계약을 맺으면 공동이용망을 통해 다른 카드사와도 거래를 틀 수있게 한 제도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데다 대금 결제가 늦고 매출전표를 따로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국중소상인협회 회원수는 전국적으로 3000여명에 달한다. 배 본부장은 “이들 중소상인이 마음 놓고 장사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소원”이라며 “대기업 중심으로 되어 있는 경제 시스템이 대기업과 중소상인들이 어울릴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