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페이, 고양페이, 경남페이 등 지역별 모바일 간편결제시스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자영업자를 위해 수수료 0%대 결제시스템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기 때문이다. 민주당 등 정치권에서도 지역별 결제시스템에 대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금융업계에서는 지역별 결제시스템의 성공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0%대 수수료가 성사되기는 매우 어렵고 가능하더라도 사용자 측면에서 기존의 결제시스템보다 나은 점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 서울페이 도입 추진…민주당도 지원사격
지난 12일 서울시는 소상공인지원과에 '서울페이추진반'을 신설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오는 10월까지 총괄팀, 구축팀, 협력팀 등 총 3팀 15명을 배치하는 게 목표다. 당분간 서울페이추진반장은 기존 소상공인지원과장이 겸임한다.
총괄팀은 서울페이 도입과 서비스 기획, 법령 및 제도 개선, 가맹점 확보나 대외협력 등을 전담하고 구축팀은 서울페이 허브시스템 구축, 협력팀은 홍보와 사용자 확보 업무를 하게 된다.
박원순 서울시장.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박원순 서울시장은 취임사에서도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을 최우선 순위로 꼽았다. 수수료 0%대를 목표로 한 서울페이가 가장 핵심사업이다. 서울시는 서울페이의 도입에 기술적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행도 연내가 목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시 외에도 인천시와 고양시와 경상남도 등에서 지역별 결제시스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들이 당선됐다.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이다. 민주당은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중 하나로 ‘모바일 간편결제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이를 통해 지역별 결제시스템의 도입까지 당차원에서 지원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 기존 업계 "0% 수수료 가능할까?"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시 외에도 인천시와 고양시와 경상남도 등에서 지역별 결제시스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들이 당선됐다.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이다. 민주당은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중 하나로 ‘모바일 간편결제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이를 통해 지역별 결제시스템의 도입까지 당차원에서 지원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 기존 업계 "0% 수수료 가능할까?"
이런 움직임에 대해 기존 결제시장의 강자인 카드업계에서는 '찻잔 속의 태풍'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페이코와 삼성페이 등 간편결제업체와 케이페이, 페이나우 등 PG(지불결제사업자·Payment Gateway)업계에서도 지역별 결제시스템의 등장을 앞두고 별다른 대응 움직임이 없다.
기장 큰 이유는 지역별 결제시스템이 목표로 하는 0%대 수수료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현금이 바로 오가지 않는 이상, 결제에는 상품가격 외에 비용이 들어간다. 지난해 기준 신용카드 평균수수료율은 2.08%이며 간편결제서비스인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페이코 등의 수수료율은 2.5~3.7%다. 수수료비용은 대부분 가맹점이 부담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페이가 카드사나 밴(VAN)사, PG사 등 여러 단계를 거치는 기존 결제수단과 달리 소비자의 계좌에서 가맹점 계좌로 바로 송금돼 수수료 0%대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결제 구조만 놓고 본다면 가능하지만 초기 시스템 구축 비용과 관리비용, 계좌이체 수수료 등을 고려하지 않은 얘기다. 이런 비용을 모두 서울시의 예산으로 지원한다면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수수료 0%가 되겠지만 결국 각 지자체의 예산이 사용된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현재 수수료 무료 정책을 펼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지난해 104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중 수수료 부분의 적자만 552억원이다. 계좌이체 등을 하는 사용자가 부담했어야 할 수수료를 당분간 회사가 모두 떠안았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0%를 구현할 경우 그 부담은 모두 각 지자체의 몫이 될 것"이라며 "지방재정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소비자 선택받을 유인책은?
수수료 부담을 해결하더라도 소비자 선택이란 숙제가 남는다. 어떤 결제수단을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소비자 몫이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수수료 부담이 없는 각 지자체 페이를 이용해 고객들이 결제를 해주면 좋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포인트 적립이나, 할인 혜택 등 고려할 것이 많다.
선택의 폭이 넓다보니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수단을 선택하는 '체리피커(cherry picker)’ 성격이 짙어졌다. 이에 결제업체들은 소비자 선택을 받기 위해 할인과 포인트 적립·사용, 문화공연 특혜 등을 동원하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지자체들이 다양한 유인책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동원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또 가맹점이 소비자에게 자기들에게 유리한 결제수단을 권유할 수도 없다. 의무수납제 때문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9조 1항에 규정된 의무수납제에 따라 가맹점주는 소비자가 원하는 결제수단을 거부하지 못한다. 최근 의무수납제의 폐지가 논의되고 있지만 소비자단체의 반발이 심해 폐지여부는 미지수다.
지자체별 결제시스템이 말 그대로 해당 지자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미 소비자들은 지역은 물론 해외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신용카드의 사용에 익숙하다.
기존에 출시된 간편결제시스템은 오프라인 현장결제보다는 온라인 결제에 집중하면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지자체별 결제시스템이 기존 결제시스템의 틈새를 비집고 설 자리는 넓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두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서울페이의 도입은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이지만 서비스의 선택권은 소비자가 갖고 있다"며 "정책 수혜층과 소비층이 다른점은 활성화의 한계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