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2조3000억원의 빅딜로 오렌지라이프를 품에 안았다.
신한금융은 5일 중구 세종대로에 위치한 신한금융그룹 본사에서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고 MBK파트너스가 이끄는 라이프투자유한회사의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보유지분 59.15%(4850만주)를 인수하는 안을 의결했다.
인수가격은 주당 4만7400원, 총 2조2989억원이다. 이사회 직후 신한금융지주와 MBK파트너스는 오렌지라이프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내년 1월까지 주식양수도 및 대급납입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번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통해 신한금융은 포트폴리오 개선과 리딩뱅크 탈환이라는 두가지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재무안전성 영향 낮아 "인수가 적절" 지배적
금융권 내에서는 이번 인수가격과 관련해 무리하지 않은 선으로 평가하고 있다. 조달비용에 따른 재무제표 훼손이나 그룹 재무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원재웅 연구원은 "2조3000억원 수준의 인수가격은 PBR 1.1배 수준으로 처음에 3조원대까지 올라갔던 금액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오렌지라이프 ROE가 9~10% 수준임을 감안하면 적정 가격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도 “신한지주가 기존 가격 대비 충분히 낮은 가격에서 협상을 진행한 것”이라며 “인수에 따른 이중레버리지 비율도 금융당국 권고치인 130%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6월말 기준 신한금융의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122.7%로 인수 후에도 127.8%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자기자본 대비 종속기업투자자산 비중으로 금융당국은 130% 이하 수준을 권고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 이혁준 실장은 “(인수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회사의 자본적정성 지표가 일부 저하되지만 실제 미치는 재무적 부담은 제한적”이라며 “연간 1조원을 상회하는 자회사 배당금 수익을 감안하면 추가 외부조달에도 충분한 상환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인수가가 높다는 지적도 있다.
2012년 KB금융이 ING생명을 지분 100%를 인수하려 했을 때 가격인 2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크게 높아진 가격이라는 것. 특히 매입지분이 59.15%인 점을 감안하면 추가 지분확보까지는 4조원 가량이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잔여지분 인수까지 감안할 경우 4조원에 이르는데 연간 3000억원대 순익을 내는 회사를 이 가격에 인수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좀 더 따져봐야 한다”며 “인수 지분이 59.15%인점을 감안하면 연간 지주에 미치는 순익은 2000억원 수준에 그친다”고 말했다.
오늘 이사회 자리에서도 인수가격이 비싸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번 인수를 통해 신한금융은 그동안 은행, 카드 중심으로 쏠렸던 포트폴리오구조 개선과 함께 리딩뱅크 탈환 기회도 얻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 리딩뱅크 탈환·포트폴리오 개선 1석2조
지난 6월말 기준 신한금융의 연결 자산규모는 453조원으로 KB금융 463조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총자산이 31조5000억원에 이르는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면서 단순합산 기준 총 자산은 485조원으로 올라선다. 외형면에서 다시 업계 1위 자리를 탈환하는 것이다.
9년 동안 이어오던 리딩뱅크 자리를 지난해 KB금융에 내줬던 만큼 신한금융으로서는 오렌지라이프의 인수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오랫동안 문제시 돼왔던 은행에 치우친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실제 오렌지라이프 인수후 지주내 은행부분의 이익기여도는 60% 이하로 낮아지는 반면 비은행부문 비중은 31% 수준에서 45%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비은행간 이익 비중 분산으로 여전부문 의존도 역시 하락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그룹내 포트폴리오가 타 금융지주 대비 은행권에 치우친 부분이 있다"며 "이번 오렌지라이프 인수는 궁극적으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비은행부문을 강화하는데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