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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스토리]신한생명, 판매자회사 설립 수년째 고민만…왜?

  • 2019.11.05(화) 17:47

설립 여부 결정 못한채 검토만
오렌지라이프와 통합 최대 변수..영업조직 불안 등 우려
'오렌지라이프와 통합 뒤 설립' 전망 우세

신한생명의 판매 자회사, 일명 자회사형 GA(독립법인보험대리점) 설립이 몇년째 '검토' 상태에 머물러 있다. 매년 판매자회사 설립을 위해 시장리서치와 연착륙 방안을 고민하지만 수년간 '논의 중'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 설립여건은 개선됐지만 '수년째 고민만'

신한생명은 최근에도 ABL생명이 올해초 출범한 판매자회사 'ABA금융서비스'의 연착륙 과정을 점검했다.

'ABA가 조직증대를 통한 영업력 강화와 제휴보험사 확대를 통한 상품포트폴리오 다양화로 시장에 안착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를 벤치마킹 해 신한생명의 판매자회사 설립운영 계획을 검토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판매자회사 설립과 관련 규제여건도 개선됐다.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이 판매자회사를 설립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것은 금융지주회사법이다. 하지만 다른 보험사들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올해 1월 감독규정이 개정되면서 빗장이 풀렸다.

이처럼 규제여건 개선과 지속적인 검토에도 불구하고 신한생명의 판매자회사 설립은 '여전히 검토 중'이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판매자회사 설립과 관련해 매년 검토를 진행하는 것은 맞다"며 "다만 구체적인 설립여부나 시기가 정해지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신한생명이 판매자회사 설립을 두고 이처럼 장고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판매채널인 GA가 성장하면서 대형사에 비해 전속 설계사 수가 적은 중소형보험사들은 영업력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높고 다양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GA로 전속설계사 이동이 이어지고, GA 임차비 지원 금지로 GA에 대한 영향력이 작아진 중소형보험사들은 영업에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보험사들은 자사 보험상품의 판매능력을 강화하고 영업조직인 설계사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판매자회사 설립에 나서고 있다.

생보사 중에서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라이나생명, 미래에셋생명, 메트라이프생명, ABL생명 등 총 6곳이 판매자회사를 출범했다.

이미 규모가 큰 GA들이 시장을 장악해하고 있어 보험사 판매자회사 정착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보험사들에게 GA설립은 그만큼 절실하다는 반증이다.

◇ 오렌지와 통합 앞둔 신한, 적절한 시기가 문제

신한생명이 고심하는 이유는 설립여부 자체 보다 '시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오렌지라이프와의 통합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판매자회사 설립이 자칫 영업채널에 불안과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어서다.

판매자회사는 보험사들이 자체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하기도 하지만 저능률 설계사들을 내보내기 위한 용도로도 활용된다.

특히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전속설계사 조직의 성격이 크게 차이가 나 영업조직 통합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오렌지라이프는 과거 ING그룹에 속했던 외국계보험사로 대졸 남성설계사 위주로 성장해 왔다. 현재도 남성설계사 비중이 높고 평균연령도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신한생명은 여성설계사 비중이 높고 평균연령도 40대 후반으로 높다. 조직이 다른 만큼 인센티브 등 보상체계도 차이가 있어 통합과정에서 불만을 품은 설계사들의 이탈 가능성도 점쳐진다.

여기에 신한생명은 통합과 동시에 대형사들이 안고 있는 고민까지 해야 한다.

현재는 중소형사에 머물러 있지만 향후 오렌지라이프와 통합하게되면 규모가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에 이은 빅4로 뛰어오른다.

지난 8월말 기준 신한생명 자산규모는 33조4292억원, 오렌지라이프는 33조8384억원이다. 두 회사 자산규모를 단순 합산하면 총 67조2676억원 규모다. 이는 삼성(280조8628억원), 한화(119조732억원), 교보(108조6266억원)생명에 이어 업계 4위다.

자산규모 뿐 아니라 설계사 수도 업계 4위로 올라선다.

지난 6월말 기준 신한생명 전속설계사 수는 7121명, 오렌지라이프는 5143명이다. 이를 합할 경우 1만2200명을 넘어선다. 현재 생보사 가운데 전속설계사 수가 1만명을 넘기는 곳은 빅3밖에 없다. 삼성생명이 2만4552명으로 가장많고 한화생명(1만7848명), 교보생명(1만4383명) 순이다.

이처럼 규모가 커질 경우 전속설계사의 영향력이 커지는 반면 실가동률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더욱이 설계사를 포함한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 추진으로 전속설계사 수를 많이 보유할수록 보험사의 부담은 커지게 된다.

이 때문에 대형생보사들이 설립한 판매자회사는 중소형사들과 운영목표에서 차이가 있다. 전속설계사들을 이동시켜 영업력을 강화한다기 보다 관리가 어려운 저능률 설계사들을 이동시키기 위한 전략이 더 크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보험사들의 경우 전속채널의 영향이 크다보니 자사형 GA설립 의도나 방향이 중소사들과 차이가 있다"며 "관리가 어렵거나 저능률 설계사들을 이동시키려는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반면 전속채널이 약한 중소사들의 경우 오히려 고능률 설계사들을 모아 전략적으로 판매자회사로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유리하다"며 "이같은 측면에서 신한생명도 판매자회사 설립이 요구되고 있지만 성격이 다른 오렌지라이프와의 조직통합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통합후에는 대형사들이 겪고 있는 고민도 떠안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오렌지라이프와 통합 이전과 이후 신한생명의 위치와 고민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쉽사리 판매자회사 설립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합전 시기를 앞당겨 자회사형 GA를 설립할 경우 영업조직 불안, 대량 이탈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반면 너무 늦어질 경우 전속채널 내 화학적 통합이 어려운 문제 등을 자회사형 GA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수 한가지를 잃는 셈"이라고 말했다.

◇ 신한-오렌지라이프 통합 이후 설립에 무게

업계에서는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를 완전자회사로 품는 것을 그룹의 주요한 경영목표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판매자회사 설립은 통합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류승헌 신한금융지주 부사장(CFO)은 지난달 25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오렌지라이프를) 빠르게 완전자회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공동경영위원회를 만들어 통합준비를 하고 있고 (통합은) 내년 말 또는 내후년 초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회사형 GA설립이 가시화 될 경우 모집조직에 불안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전산통합 등의 과정 역시 쉽지 않기 때문에 수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업조직의 갈등요소는 최대한 배제해야하는 만큼 자회사형 GA설립은 통합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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