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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한 '현대·기아차'-당국이 원망스런 '카드사'

  • 2019.03.04(월) 16:53

대형가맹점 카드수수료 인상 갈등 표면화
현대·기아, 5개 카드사에 "가맹계약 해지"
카드사 "당국이 원망스럽다. 협상할 것"

현대·기아자동차가 일부 신용카드사의 가맹점수수료 인상 요구에 반발해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앞서 카드사들은 중소형가맹점의 수수료가 대폭 인하되자 연매출 500억원 이상의 대형가맹점에 수수료율 인상을 통보했다.

이에 대해 대부분 대형가맹점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현대·기아자동차가 먼저 가맹계약 해지를 들고 나왔다.

4일 현대차와 가이차는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KB국민카드, 롯데카드, 하나카드 등 5개사에 오는 10일부터 가맹점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카드사의 가맹점수수료율 인상 통보에 근거가 없고 일방적인 조치"라며 "가맹점 표준약관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해당 카드사들은 최근 연 매출 500억원 초과 대형가맹점에 3월부터 수수료를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정부의 카드수수료 개편에 따라 중소형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이 인하되자 이런 논리대로라면 대형가맹점은 수수료를 더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카드사 주장이다.

카드사들은 1.8%대이던 현대·기아자동차 가맹점 수수료율을 1.9%로 인상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은 이번처럼 수수료 체계가 바뀌면 새 수수료율을 우선 반영한 뒤 협상을 통해 새로운 수수료율을 확정하고 더 받은 수수료가 있다면 돌려주는 것이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협상이 우선이라며 일방적인 수수료율 인상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지난해 자동차부문 영업이익률이 1.4%에 불과했다"며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의 총자산영업이익률은 1.88%로 우리보다 더 높은 상황에서 수수료율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한국GM의 경우 적자가 누적되고 있고 쌍용차도 8분기째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카드사들이 수수료율을 올린다면 고스란히 완성차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계약해지 대상에서 빠진 BC카드와 현대, NH농협, 씨티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은 수수료율 인상에 앞서 수수료율 협상을 먼저 진행하고 있다. BC카드는 우리카드 등 회원사를 대표해 협상을 진행 중이며 현대카드는 현대차 자회사여서 협상을 주도적으로 펼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대형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카드사에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하면 처벌할 수 있다고 경고를 한 상태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는 대형 신용카드가맹점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카드사에 부당하게 낮은 가맹점 수수료율을 요구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런 금융당국의 움직임은 중소형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사실상 강요했다는 카드사들의 불만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당국이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없다"며 경계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무리하게 대형가맹점을 처벌하겠다고 나서면 오히려 대형가맹점과 카드사 관계만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가맹점에 대한 경고는 현실성이 없고 일종의 쇼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이 모든 일이 시장의 법칙을 거스르면서까지 선심성 정책을 남발해 무리한 수수료 인하를 강행한 당국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기아차가 계약해지를 통보했지만 카드사들과 협상을 중지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결국 대화로 해결될 일"이라며 "현재도 실무자들 간의 대화는 계속되고 있으며 가맹점 계약 해지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양측 모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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