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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오리까"…카드사, 수수료 갈등 '진퇴양난'

  • 2019.03.08(금) 17:21

현대차, 대부분 카드사에 가맹계약 해지 통보
"현대차에 밀리면 다른 협상도 꼬인다" 고심
팔짱 낀 금융당국에 원망만

카드업계가 진퇴양난에 몰렸다. 중·소형가맹점에 대한 수수료는 당국 입김에 인하됐고 대형가맹점 수수료를 올려받으려 하니 반발이 거세다.

카드 서비스는 본질적으로 수수료 장사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수수료 부문의 적자해소는 요원하다. 그나마 흑자를 보고 있는 대출사업도 조만간 금융당국이 금리인하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카드사들은 "공공의 적으로 내몬 금융당국은 잘될 것이라며 팔짱만 끼고 있다"며 불만이 크다.

◇ 현대차, 대부분 카드사에 "가맹계약 해지" 통보

최근 현대자동차와 BC카드가 진행해온 가맹점 수수료 협상이 좌초 위기다. 현대차는 오는 14일 BC카드와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계약이 해지되면 BC카드 결제망을 사용하는 우리카드와 지방은행 신용카드로도 현대차를 구입할 수 없다.

앞서 현대차는 신한카드와 KB국민, 삼성, 롯데, 하나 등 5개 카드사에도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현대차가 카드사와 가맹점계약 해지에 나서는 것은 카드사가 수수료를 올려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현대차에 기존 1.8%인 수수료율을 0.12~0.14%포인트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카드사들은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270억~315억원 수준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는 현대차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현대차 생각은 다르다. 국내 완성차 업황도 악화되고 있고 현대차의 자동차부문 수익성이 카드사 수익성보다 낮다는 이유다.

◇ 카드사 "현대차에 밀리면 다른 협상도 못해"

카드사들이 현대차와 협상에서 물러나기 어려운 것은 후폭풍 때문이다. 이미 정부 주도로 중·소형가맹점 수수료는 바닥까지 내려간 상태다.

카드사들은 중·소형가맹점에 사실상 무료서비스를 하는 상황에서 대형가맹점에서라도 수수료를 제대로 받아야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협상에서 밀리면 SKT와 KT 등 통신사와 롯데나 신세계 등 대형유통업체, 인터파크 등 인터넷쇼핑업체, 항공사 등 이어질 협상에서도 밀릴 수 밖에 없다는 하소연이다.

이미 통신 3사와 이마트, 롯데마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은 카드사가 제시한 수수료율 인상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공문을 보내왔다고 카드사들은 전했다.

◇ "금융당국은 팔짱만" 불만

카드사들은 "중·소형가맹점 수수료를 카드사가 견디기 힘든 수준까지 끌어내린 금융당국은 대형가맹점과 수수료 협상에 대해서는 지켜만 보고 있다"고 볼멘소리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대형가맹점에 영향력을 행사할 무기도 없을 것이란 지적까지 나온다.

지난 7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위도 현대차와 카드사가 어느 정도의 카드수수료를 가지고 협상하는지 파악하지 못했다"며 "협의를 통해 합의점이 찾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창호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도 최근 "대형가맹점 계약해지는 자유의지"라고 했고 손병두 금융위 사무처장은 "정부가 대형가맹점에 구체적으로 개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카드사가 알아서 하라'는 당국의 메시지에 카드업계 원망이 높다. 카드사 수익성 보전 대책을 마련해주겠다는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는 아직 두번째 회의 일정도 못잡았다.

카드사 관계자는 "현대차 입장도 이해가고 현대차도 사실 우리 입장을 이해한다"며 "이 모든 사태는 당국이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조만간 당국이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금리인하도 추진한다던데 이건 카드사는 다 죽으라는 얘기"라며 "카드업의 몰락은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는 속담의 예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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