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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기업에 돈 푸는 금융그룹]下 가능성 반 리스크 반

  • 2019.06.21(금) 16:47

창업지원기업 5년 생존율 53%…투자 회수는?
중소기업, 이익으로 이자 못내는 기업 증가
은행 "리스크 대비" vs 스타트업 "우량기업만 지원"

주요 금융그룹이 혁신기업에 180조원의 돈 보따리를 푼 만큼 이에 대한 리스크도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창업·벤처·중소기업 등 혁신기업은 투자비를 회수 하기 어려운 시장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 창업 5년 뒤에 생존할 확률은 50%대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고심중이다.

◇ 5년 생존율 53%…투자 회수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7년 기준 창업지원을 받은 스타트업의 5년 생존율은 53.1%였다. 생존율은 89.4%(1년), 77.6%(2년), 68.1%(3년), 58.5%(4년) 등 매년 떨어졌다. 창업지원을 받은 스타트업이 지원을 받지 못한 스타트업보다 생존율이 2배 가량 더 높지만 창업 기업을 지원하는 투자자 입장에선 안심할 수치는 아니다. 창업 지원을 받은 기업도 5년뒤 절반 가까이가 망하기 때문이다.

금융그룹이 이번 혁신기업 금융지원금액 180조원 중 주력계열사인 은행을 통해 공급하는 금액은 164조원 가량이다. 문제는 투자 회수율이 떨어지면 그 부실은 고스란히 은행이 떠안아야한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올해 4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대출의 연체율은 0.62%다. 중소기업대출의 연체율은 전체 연체율(0.49%)보다 높을 뿐 아니라 전월에 비해 0.06%포인트 증가하며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 이자 지급 능력도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은행이 20일 국회에 제출한 '2019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지난해 같은기간 3.5에서 2.0으로 큰 폭 하락했다. 대기업 9.2의 4분의 1수준이다.

이자보상배율이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이다. 이자보상배율이 높을수록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이 크다는 의미다.

특히 영업이익으로도 은행 이자를 내지 못하는 기업, 즉 이자보상배율 1미만 중소기업의 비중은 47.2%에 달했다.

한국은행은 "아직까지 기업대출 연체율은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나 앞으로 경영여건 변화에 따라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저하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혁신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들도 은행이 투자하거나 대출해준 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스타트업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 창업기업 등은 흑자전환 하는데에 적지 않은 기간이 걸린다"며 "은행들이 대출 시 금리 부분에서 많은 혜택을 주고 있지만 성공하지 못하는 혁신기업도 생기기 마련이다. 은행들도 결국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은행 "리스크 대비 철저히 할 것" 

통상 은행은 대출이 부실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쌓는다.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늘어나면 은행의 이익은 줄어들게 된다. 160조원 가량을 중소기업에 대출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향후 5년간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증가해 순익에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얘기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은행 건전성 관리에 유의할 필요'라는 보고서에서 "최근 정부가 혁신금융 확대를 위해 기술과 미래성장성 평가에 기반한 혁신기업 대출을 장려하고 있다"며 "은행들의 수익원 다각화 일환으로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아직 신용평가시스템이 정비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금융그룹들도 혁신기업에 지원과 동시에 주력계열사인 은행의 리스크를 최소화 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그룹사의 여신정책과 리스크관리 조직이 참여한 여신제도개선추진단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우수기술 보유기업에 대한 신용평가 개선, 신기술 및 신사업 분야에 대한 심사역량 강화 등을 개선할 계획이다.

신한금융은 신기술·신사업 전담 심사팀을 운영하고 산업별 성장 예측 시스템을 정교화 하는 등 여신심사 고도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KB금융과 하나금융 역시 혁신금융에 대한 금융지원과 함께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업의 담보가 아닌 기술력, 아이디어, 성장성 등 비금융정보를 계량화 해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 체계를 그간 지속해서 발전시켜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그룹이 리스크 관리에 '혁신그룹 지원'이라는 의미가 퇴색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이 리스크 관리라는 명목 아래 우량기업 위주의 금융지원에 나설 것이란 이유 에서다.

스타트업 한 관계자는 "대다수의 스타트업은 아이디어 즉 지적재산권(IP)을 바탕으로 사업을 시작한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지적재산권 대출에 대한 은행의 심사능력이 좋다고 보지 않는다. 결국 담보, 건전한 재무상태, 실제 확인이 가능한 기술력 등을 갖춘 우량기업위주로 금융지원이 이뤄질 것이다.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는 수많은 기업에게 기회가 돌아갈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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