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수수료가 높다며 출범한 제로페이가 정작 카드보다 수수료가 높다는 이유로 동네마트들로부터 외면받았다.
한국마트협회는 최근 서울시 제로페이 사업에 같이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마트협회는 약 4000개의 동네마트가 회원으로 있는 사단법인이다. 지난 6월 서울시와 한국마트협회가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지 한달여 만에 결렬 위기다.
실제 사업장에 적용되는 결제 수수료율을 따져본 결과 제로페이와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큰 차이가 없고 일부는 제로페이가 더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게 불참의 이유다.
신용카드의 가맹점 수수료율이 자영업자들에게 부담스럽다는 게 제로페이의 출범 취지였지만, 실제로는 카드보다 더 나을 게 없다는 시장의 반응이 나온 것이다.
제로페이는 연 매출이 8억원을 넘지 않는다면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상당수의 동네 마트는 연매출이 8억원을 넘지 않는다. 만약 연매출이 8억원을 넘더라도 수수료율은 0.3%에 불과하다. 12억원을 넘으면 수수료율은 0.5%로 오른다.
이대로만 적용되면 제로페이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에 비해 수수료율이 낮다. 신용카드는 연매출이 3억원 이하라면 0.8%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체크카드는 0.5%다. 연매출이 3억원을 넘고 5억원에 못미치면 체크카드는 1.0%, 신용카드는 1.3%의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연매출이 5억~10억원이면 체크카드는 1.1%, 신용카드는 1.4%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문제는 제로페이 수수료율은 매출뿐만 아니라 고용도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상시근로자가 5명 미만이어야 수수료율 '제로'가 가능한 '소상공인' 자격이 주어진다. 대부분의 동네마트는 고용인이 5명을 넘는다.
동네마트가 매출기준이 충족되더라도 상시근로자가 5명을 넘는다면 연매출에 상관없이 소상공인이 아니라 '일반가맹점'이 되면서 수수료율이 1.2%로 오른다. 이는 체크카드보다 높다. 상시근로자가 5명이 넘는 연매출 3억원 이하 매장이라면 제로페이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보다 더 비싸진다.
이런 이유로 한국마트협회가 불참을 선언하면서 서울시와 중소기업벤처기업부가 대책마련을 고민중이지만 쉽지 않은 문제라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수수료율을 더 낮추려면 제로페이에 참여한 금융사들의 희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제로페이는 시스템적으로 수수료를 아예 없애지는 못했다. 대신 참여한 금융사들의 부담을 키우면서 진행 중인 사업이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제로페이 사업을 특수목적법인(SPC)으로 만들기 위해 참여한 금융사에 사별로 10억원 규모의 출연금을 내라고 요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출연금 규모는 크지 않다지만 각 회사로서는 배임논란이 일수도 있는 부분이다.
제로페이에 참여한 한 금융사 관계자는 "정부의 요청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참여하기는 했지만 점점 지속가능한 사업구조라는 생각이 안든다"며 "우리가 공공기관도 아니고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계속 참여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소형마트 점주는 "제로페이의 출범 배경 중 하나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의 부담완화인데 오히려 고용을 줄여야 수수료율 혜택을 본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카드보다 쓰기도 불편하고 싸지도 않다면 제로페이를 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