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카드업계에서는 금융지주계열 카드사들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낮아진 가맹점수수료율에 대응해 대출사업을 확대하거나 감원·지점통폐합 등 비용절감이 수익성 유지의 비결로 분석된다.
금융지주 계열이라도 명암은 엇갈렸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우리카드 등은 비용절감 등의 효과로 수익을 유지한 반면, 사업다각화가 더디다는 평가를 받는 하나카드는 순익규모가 줄었다.
핵심사업인 수수료 부문이 규제로 인해 수익성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중소형사가 사업다각화 여력이 많은 대형사와 격차를 줄이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카드사지만 '카드'는 큰도움 안돼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는 올해 3분기 순이익 1389억원을 기록했다. 분기기준으로는 전년보다 9.2% 감소했지만, 누적기준으로는 지난해보다 3.9% 증가했다.
누적실적 개선은 할부금융과 리스, 기타사업부분의 이익증가 덕분이다. 3분기 누적 기준 신용카드부분의 영업수익은 전년보다 0.2%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할부금융은 22.3%, 리스는 54.0%, 기타사업부분은 24.2% 증가했다.
신용카드취급액은 지난해 3분기 누적기준 130조원에서 올해 3분기 누적기준 137조원으로 늘었지만, 이 기간 평균 가맹점수수료율이 1.51%에서 1.42%로 줄면서 가맹점수수료수익도 1조6090억원에서 1조5690억원으로 줄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자동차할부금융과 각종 중개수수료, 해외사업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빠르게 진행한 결과 순이익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도 선방했다.
KB국민카드의 3분기 순이익은 104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6.4% 늘었다. 3분기 누적 순익은 2510억원으로 2.2% 증가했다.
신한카드와 마찬가지로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수익은 지난해 3분기 누적기준 3252억원에서 올해 3분기 누적 2898억원으로 10.9% 줄었다.
대신 이 기간 40개가 넘던 국내 출장소를 13개로 줄이고 자동차할부사업을 확대해 관련수익을 확보하면서 전체 누적순이익이 늘었다.
우리카드도 순이익이 증가했다. 우리카드의 3분기 누적기준 순이익은 94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7.0% 늘었다. 3분기만 놓고 보면 283억원으로 전년대비 34.8% 증가했다. 비용절감과 함께 '카드의 정석' 등 일부 인기상품이 실적을 견인했다.
반면 하나카드는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하나카드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49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7.8% 줄었다. 3분기만 봐도 16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3.2% 감소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회사 규모가 작아 비용절감을 할 부분도 크지 않다"며 "향후 디지털 전환을 통해 비용을 더 줄이고 해외진출 등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찾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카드업계 "실적 좋으면 규제 우려"
카드사 실적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카드사는 고민스럽다. 이익을 낼수록 규제가 강해지는 상황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최근 수년간 가맹점수수료 인하 때문에 수익성이 위험하다는 분석이 나오며 당국에 대안 마련을 계속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당국은 그때마다 '카드사의 수익성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이유를 들며 수수료 인하정책을 펼치는 중이다.
최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카드사 CEO들을 만난 자리에서 "수익 많이 낸 것으로 고용창출에 힘쓰고 가맹점에게 신경을 쓰면 우리사회가 더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카드업계에서는 '시장과 당국의 온도차가 크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사람이 직접 하던 일을 전산화하고 지점과 인력을 줄여서 겨우 유지한 실적"이라며 "오히려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고용을 늘리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하소연했했다.
현재 카드사 실적을 받치고 있는 대출영업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다.
카드업에 적용되는 레버리지규제 때문에 대출영업도 한계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카드사는 총자산이 자기자본의 6배를 넘지 못하는 레버리지배율 규제를 받는다. 일부 카드사들은 이미 레저리지배율이 6배에 육박한 상황이다. 규제선에 근접할 수록 대출 등 수익성자산을 늘리기가 어려워진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최근 일부 카드사들이 레버리지규제로 대출자산을 늘리지 못하자 영구채 등을 발행해 숨통을 트고 있다"며 "하지만 금감원이 영구채를 자본이 아니라 부채로 분류하자는 의견을 국제회계기준원(IASB)에 재출하는 등 국내의 강력한 규제환경에서는 지속해서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