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이틀만에 준비해둔 2만장을 모두 팔아치우며 흥행에 성공했던 신한카드의 '딥에코카드'가 모습을 숨겼다.
출시 직후 최근까지 신한카드 홈페이지 메인화면에서 딥에코카드 관련 링크를 찾아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검색을 통해서만 관련 링크로 접근이 가능해졌다. 초기물량 완판까지 달성한 인기카드의 홍보활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최근에는 어렵사리 딥에코카드 신청에 성공했지만, 연회비가 청구되기 전에 해지하겠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갑작스럽게 딥에코카드를 둘러싼 분위기가 바뀐 것은 이 카드가 출시 직후 부가서비스 혜택만 노리고 신청하는 체리피커들의 타깃이 됐기 때문이다. 딥에코카드는 출시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체리피커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서 큰 화제가 됐다.
◇ 친환경 취지 살리자는데 상품권 꼼수 부각
지난달 23일 출시한 딥에코카드는 친환경 철학을 담아 만든 카드다. 결제 시 결제금액의 0.1%가 ECO 기부 포인트로 적립되는 기능이 있다. 1000점 이상 적립 시 매월 친환경 협약 기부처로 자동 전송된다.
환경 보호 취지에 따라 중고책방의 이용금액과 버스·지하철·철도 등 대중교통, 쏘카·따릉이·카카오T바이크 등 공유 모빌리티 이용 금액과 전기차충전 요금의 5%를 캐시백으로 돌려준다.
이런 기능은 사실 공짜만을 노리는 체리피커들에게는 큰 감흥이 없는 것들이다. 이들이 관심을 보인 것은 인터넷쇼핑몰 이용금액에 따른 캐시백 제공 혜택이었다.
이 카드는 티몬·쿠팡·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쇼핑몰과 11번가·G마켓·옥션 등 오픈마켓 이용 거래에 대해서도 5% 캐시백이 제공되는 기능이 담겼다.
캐시백 월 한도는 3만원으로 실적기준은 30만원이며 60만원을 실적기준 조건에 맞게 사용할 경우 3만원을 돌려받게 된다.
◇ "선풍기 돌리자" 체리피커 극성…초기 카드 신청 열풍
체리피커들은 이를 노렸다. 조건에 맞도록 60만원을 쓰기는 일반적인 경우라면 쉽지 않다. 하지만 체리피커들은 일명 '선풍기'라고 알려진 수법을 통해 이용실적을 쉽게 채울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선풍기란 카드로 일반적인 물건을 사는게 아니라 상품권을 매입하는 방법으로 실적을 채우는 것이다. '선풍기'와 '상품권'의 자음이 같다는 것을 이용한 은어다.
상품권은 현금처럼 사용이 가능하고 이용금액에 따라 일부를 현금으로 받을 수도 있으며, 사용할 때 현금영수증 처리를 하면 세금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일부 상품권의 경우 인터넷쇼핑몰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로 1대1 교환도 가능하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실적은 쌓으면서도 실질적인 현금지출 없이 세금공제 등의 혜택만 받게 되는 셈이다.
실제 초기에 카드를 받은 이용자들은 인터넷쇼핑몰에서 상품권을 결제하고 이용실적이 쌓이는 것을 확인했다 한다. 해당 카드의 연회비는 해외결제가 가능하면 1만8000원, 국내전용은 1만3000원인데 '선풍기'를 60만원어치 돌리면 3만원이 들어오기 때문에 돈이 오히려 남는다.
딥에코카드는 해당 캐시백 기능을 논외로 한다면 다른 카드와 비슷한 수준의 혜택을 주는 카드다. 출시 초기 완판이 가능했던 것도 캐시백 혜택을 노린 체리피커들이 몰린 때문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 '선풍기' 방지기능 뒤늦게 적용…"속았다" vs "오해다"
이제 '선풍기' 수법은 통하지 않는다. 현재는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상품권을 사면 해당 결제 부분은 '실적미포함' 구간으로 잡힌다. 딥에코카드의 약관에 따라 '선불카드(선불전자지급수단) 충전금액은 적립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규정이 적용된 것이다.
이에 대해 신한카드 측은 "해당 카드는 약관에 따라 상품권 결제 등 선불전자지급수단에 대해서는 실적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정상"이라며 "다만 이를 구분해주는 시스템 개발이 지난 7일 완료되면서 그 이전에 발생한 일부 결제가 실적으로 잡혀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일부 해지하는 고객이 있지만 아직 대부분은 카드를 해지 없이 보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출시 초기다 보니 실적 기준에 상관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한카드는 좋은 취지를 담아 어렵게 출시한 카드가 체리피커들의 타깃이 된 것에 대해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신한카드 한 관계자는 "딥에코카드는 신한금융그룹의 중장기 친환경 비전인 '에코(ECO) 트랜스포메이션 2020'에 따라 환경 보호에 함께하려는 고객을 대상으로 친환경소재를 이용해 만든 상품"이라며 "엉뚱한 이슈로 화제가 됐지만 취지에 맞게 카드를 이용하려는 고객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상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