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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 금융의 길]"제 방에서 상담하세요" 집무실 내준 본부장

  • 2020.05.27(수) 15:52

[비즈니스워치 창간 7주년 기획 시리즈]
고덕균 KB국민은행 일산종합금융센터 본부장 인터뷰
'고객 중심' 가치로 코로나19 극복 지원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한국은 세계 여러나라가 부러워 할 만큼 성공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질병관리본부, 의료진, 일선 공무원뿐 아니라 무수한 사람들의 헌신이 깔려있다. 경제의 혈맥을 관리하는 금융기관의 노력도 조명받을 만하다. 금융시스템이 건재했기에 영세상인,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 이뤄질 수 있었다. 금융기관의 알려지지 않은 노력을 조명한다. [편집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의 가장 큰 충격파는 소상공인들에게 닥쳐왔다. 사람들이 거리에 나서지 않고 소비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매출이 급감했고 매달 감당해야 하는 고정비용도 내지 못하는 막다른 처지에 몰렸다. 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은행으로 몰리면서 대출을 받는 것도 쉽지 않았다.

KB국민은행 일산종합금융센터는 기지를 발휘했다. 소상공인들이 빠르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본부장의 집무실까지 상담창구로 활용했다. 최대한 빠른 대출을 위해 보증기관인 신용보증기금과도 긴밀히 협력했다.

비즈니스워치는 고덕균 KB국민은행 일산종합금융센터본부장(사진)을 만나 당시 상황을 되짚어봤다.

고 본부장은 "직원들이 가장 많이 고생했다. 팀워크가 빛났다"고 했다. 갑자기 몰려든 고객들을 응대하기 위한 직원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금융회사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지난 3월 일산지역본부 내 한 지점에 몰린 소상공인 대출(소호 대출) 접수건은 360건 가량이다. 평소 신규 소호대출 건수가 월 30~40건 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0배가 넘는 신청이 몰린 셈이다.

고 본부장은 "초반에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상담이라도 분산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영업점 창구는 물론 지점장실, 본부장실까지 상담창구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급할 땐 직원들이 직접 서류를 들고 일산 시내를 돌아다녔다. 통상 소상공인 대출은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바탕으로 이뤄지는데 이 때 은행과 신용보증기금 간 서류를 상호공유해야 하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따른다.

고 본부장은 "당시 전국 각지에서 신보 보증 대출 수요가 몰렸고 서류작업이 빨리 이뤄지지 않으면 급하신 분들은 자금을 융통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직원들이 서로 미루지 않고 지역 신보로 달려가는 등 지원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동원했다"고 회고했다.

신보의 보증 대출을 받지 못하는 고객에게는 은행 재원의 대출을 적극 안내했다. 은행 재원 대출은 신보가 보증을 서지 않는 만큼 나중에 생길 대출부실화 등 리스크를 은행이 온전히 떠안아야 한다. 이러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상황을 타개하려고 지역 소상공인들을 위해 문턱을 낮춘 것이다.

고 본부장은 "3월 신청건만 따져봤을 때 3분의 1가량은 보증 대출로 자금을 지원했고 나머지 보증이 어렵거나 시간이 긴급한 경우는 은행재원을 활용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일산종합금융센터가 소상공인 금융지원에 적극 나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본부 부서 차원의 독려가 큰 힘이 됐다. 허인 KB국민은행장뿐 아니라 KB금융지주 수장인 윤종규 회장까지 나서 '고객중심'을 강조하면서 이와 관련된 영업을 적극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고 본부장은 "비올 때 우산을 뺏지 않는다는 방침으로 영업을 펼칠 수 있도록 본부부서에서 면책제도를 운영키로 하는 등 적극 지원해줬던 점이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영세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같은 경우도 매출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신용대출로 과감한 자금지원이 가능한데, 이 대출이 부실화할 경우 해당직원이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며 "하지만 코로나19라는 긴급한 상황에서 이를 면제해주고, 더 나아가 긴급한 업체에는 꼭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의견서로만 인정해주기로 한 점이 소상공인들을 지원할 때 유용했다"고 설명했다.

4월 6일 이재준 고양시장(사진 오른쪽)과 이재근 국민은행 부행장이 위기극복지원금 사업 추진을 위한 선불카드 발급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고양시 제공

KB금융지주 계열사간 긴밀한 시너지도 확인했다.

지난달 고양시는 지자체 재원으로 긴급 지원금을 마련해 1인당 5만원씩 선불카드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당시 KB국민은행이 고양시와 긴밀히 협조했고 이를 위해 KB국민카드가 나섰다.

고 본부장은 "수십만장에 달하는 선불카드를 제조할 수 있는 시설이 몇개 없어 생산시설을 온전히 해당 카드 발급에만 집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다행히 고양시를 위해 KB국민카드가 적극 협력해 차질없이 선불카드를 보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 본부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금융기관의 역할도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정부의 재원에만 의존하지 말고 금융사들이 언제 닥칠지 모를 위기를 대비해 자금이 필요한 곳에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는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며 "IMF 이후 금융회사가 적극 활용하지 않았던 수탁신용보증 등을 다시 도입하고 직원들에 대한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수탁신용보증이란 신용보증기금 등의 보증 대출 시 일부 업무를 은행이 보증기관으로부터 위탁받아 절차를 간소화 하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비대면의 중요성이 부각됐지만 코로나19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면서 "현재는 신용대출 부분만 완전 비대면화 돼있지만 앞으로는 소상공인 대출이나 기업대출로도 확대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본부에서도 이 부분을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3월에 비해 한산해지긴 했지만 은행 창구에서는 상담을 원하는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5월 26일 KB국민은행 일산종합금융센터 전경./사진=이경남 기자 lkn@

고 본부장은 중신용자 등에 대한 지원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KB국민은행은 서민금융지원 부분을 직원성과평가(KPI)에 반영하는 등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다.

그는 "현재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환대출 제도가 있는데 이를 이용해 저신용자들의 신용등급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며 "일부 고객들에게는 새희망홀씨대출, 사잇돌중금리 대출 같은 정책 금융상품을 적극 알려 고객과 은행이 윈윈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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