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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 금융의 길]'나이팅게일'이 된 은행원들

  • 2020.06.22(월) 09:00

[비즈니스워치 창간 7주년 기획 시리즈]
최영호 하나은행 대구경북영업본부 대표 인터뷰
코로나19 전장 대구서 소상공인 살리기 심폐소생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한국은 세계 여러나라가 부러워 할 만큼 성공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질병관리본부, 의료진, 일선 공무원뿐 아니라 무수한 사람들의 헌신이 깔려있다. 경제의 혈맥을 관리하는 금융기관의 노력도 조명받을 만하다. 금융시스템이 건재했기에 영세상인,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 이뤄질 수 있었다. 금융기관의 알려지지 않은 노력을 조명한다. [편집자]

지난 3월 대구‧경북지역 대다수 은행 창구는 밀려드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자 고정비용도 대지 못하는 소상공인들이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은행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자금경색이라는 심각한 부상으로 병원인 은행을 찾은 소상공인들을 치료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의료진은 다름 아닌 은행원들이었다.

그중에서도 하나은행 대구경북영업본부 직원들이 가장 빛났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소상공인들이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기지를 모았고, 몰려드는 대출 신청을 감당하지 못하는 다른 은행의 몫까지 자진해서 떠맡았다.

11일 대구광역시 중구 중앙대로에 위치한 하나은행 대구영업본부에서 비즈니스 워치와 만난 최영호 하나은행 대구경북영업본부 지역대표. 그의 뒤에 걸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는 그의 좌우명으로 이번 코로나19를 이겨내는 원동력이 됐다. /사진=이경남 기자 lkn@

비즈니스워치는 최영호 하나은행 대구경북영업본부 지역대표(사진)을 직접 만나 대구의 지역경제 심폐소생을 위해 발 벗고 나선 또 다른 '백의의 천사'인 은행원들의 뒷이야기, 그리고 대구‧경북지역의 상황을 되짚어봤다.

최 대표는 "당시 은행 앞은 하루라도 빨리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면서 "병원 응급실 앞에서 빨리 진료해달라고 소리치는 환자들과 비슷했다. 한마디로 전시상황 같았다"라고 회고하며 말문을 열었다.

이후 하나은행 직원들은 기다리는 고객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주고, 해당 번호표 고객이 상담받을 수 있는 시점이 다가오면 직접 전화나 문자 등으로 내점 일정을 안내했다. 은행 업무가 대부분 자동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하나하나 직접 챙겨야 하는 고된 일이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하나은행 대구영업본부 직원들은 은행을 방문하지 못하는 고객들을 직접 찾아가 상담과 함께 필요한 대출을 진행했다. 특히 대구영업본부 차원에서 계약직 직원 50명을 긴급하게 채용해 자금경색 진화에 나섰다. 

최 대표는 "통상 한 건의 대출을 상담하는 데만 30분에서 50분이 걸린다"면서 "하나은행 대구영업본부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5월 말까지 소상공인 대출을 총 7383건 집행했는데 모두 직원들이 수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대구영업본부 임직원 수는 440명가량이다. 상담과 이후 서류 심사 그리고 실제 집행에 걸리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대출 한 건당 10시간 이상 걸리는 구조여서 소상공인 지원에 대구영업본부가 총동원됐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직원도 발생했다. 하지만 국가와 은행이 준비한 매뉴얼에 따라 철저히 대응해 은행 본연의 역할을 무리 없이 수행할 수 있었다. 

최 대표는 "지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하면서 영업본부 내에서도 확진자가 생겼다"면서 "하지만 조직이 그 직원을 탓하지 않고 그 빈자리를 서로 메꿔주려 하며 힘을 냈다"면서 "나를 포함한 대구영업본부 직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거나 자가격리에 들어가기도 했지만, 그 틈새가 보이지 않도록 모두들 애썼다"라고 전했다.

하나은행 대구영업본부가 대부분 정책자금 위주로 자금지원에 나섰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은행의 자체 재원일 경우 대출 과정은 빠르게 집행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이자가 높다. 반면 정책자금은 집행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이자 부담이 적다.

최 대표는 "집행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건 은행 직원들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된다"면서 "지역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에게 이자가 높은 대출상품을 안내해 상황을 빨리 끝내기보다는 이자 부담을 줄이면서도 자금을 빠르게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하나은행 대구영업본부는 지성규 하나은행장이 직접 우수영업본부 표창을 했을 뿐만 아니라 지역자치단체로부터 수많은 감사장과 표창을 받았다.

확진자가 크게 줄어든 데다 정부의 재난지원금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5월 초 이후 대구·경북지역의 경제 상황은 지난해 수준을 회복하면서 점차 안정세를 찾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전시상황에 있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대구는 자동차 부품업이 주 산업군인데, 코로나19로 완성차 업계가 흔들리자 현재 공장가동률이 35~50%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라며 "지금은 정부가 임금을 일부 보전해 주고 있지만 하반기부터는 충격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단 대구‧경북지역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로도 위기가 전이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만큼 앞으로도 은행권이 '119' 역할을 더 충실하게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뱅커생활을 하면서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를 모두 겪었지만 코로나19가 역대 최악"이라며 "위기상황을 함께 견뎌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은행은 기업과 가계의 119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자유예와 원금분할 상환 등은 단기적으론 은행 수익성에 부정적이지만 이들이 재기만 할 수 있다면 더 큰 수익성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서 "수익성을 떠나 가계와 기업이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돕는 게 진정한 금융의 역할"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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