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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 금융의 길]카드사는 지금도 비상대기중

  • 2020.06.12(금) 11:11

[비즈니스워치 창간 7주년 기획 시리즈]
조경희 하나카드 소비자보호부 수석 인터뷰
카드정보 활용해 동선파악…위기대응 급부상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한국은 세계 여러나라가 부러워 할 만큼 성공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질병관리본부, 의료진, 일선 공무원뿐 아니라 무수한 사람들의 헌신이 깔려있다. 경제의 혈맥을 관리하는 금융기관의 노력도 조명받을 만하다. 금융시스템이 건재했기에 영세상인,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 이뤄질 수 있었다. 금융기관의 알려지지 않은 노력을 조명한다. [편집자]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카드사들도 땀을 흘렸다. 확진자 동선 파악부터 재난지원금 지급까지 그간 축적한 카드사의 역량이 발휘됐다. 그 일선에서 활약한 조경희 하나카드 소비자보호부 수석을 만났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지난 2월 중순 밤 10시께 대구 경찰관이라며 자신의 소속을 밝힌 전화 한통이 하나카드에 걸려왔다. 신천지 사태가 언론 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된 직후다. 경찰관은 다급하게 확진자 접촉자가 너무 많아 한시라도 빨리 동향 파악에 나서야 한다며 소리쳤다.

하지만 영장도 없이 전화로 요청한다고 고객 정보를 내놓을 수는 없는 일. 경찰관의 연락을 받은 직원은 방역 당국에 먼저 연락하라고 권한 뒤 조경희 하나카드 소비자보호부 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해당 내용을 보고했다.

"당시엔 코로나19 확산 초기라 방역 체계가 전혀 갖춰지지 않았을 시기였으니까요. 언제 어떻게 번질지 알 수 없으니 모두가 불안했을 겁니다. 방역당국이 아닌 경찰이 연락을 한 것 자체가 당시 긴박한 분위기를 말해주는 것이죠."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자 역학조사 과정에서 카드사 결제 데이터가 적잖은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소비기록인 결제정보를 모은 뒤 여기에 통신정보를 더하면 감염경로를 추적하는 데이터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 지난 10일 서울 을지로 하나카드 본사 옆 한 카페에서 조 수석을 만나 그간의 활동을 물었다. 코로나19와의 씨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조경희 수석은 코로나19 확산 관련 방역당국에 결제정보를 신속 정확하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소비자보호부는 금융당국 지침에 따라 금융회사라면 응당 꾸려놓아야 하는 부서 중 하나다. 총괄책임자(COO) 지휘 아래 소비자 중심의 경영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한다. 수사 기관이 사건 관계자 정보를 요청하면 이에 응하는 것도 소비자보호부 업무 중 하나다.

"코로나19로 결제정보를 제공하는 빈도수가 굉장히 많아졌어요. 2009년 신종플루, 2012년 메르스 사태 때 비슷한 업무를 처리하긴 했는데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코로나19 관련해서는 질병관리본부(질본)와 소통하고 있습니다."

결제정보 제공은 '신속정확'이 생명이다. 질본이 여신금융협회에 확진자 및 접촉자 명단을 제공하고 정보를 요청하면 협회는 명단을 분류해 개별 카드사에 전달한다. 카드사는 협회 연락을 받고 2시간 이내에 관련 정보를 추려 질본에 제공한다.

확진자와 접촉자는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는 까닭에 소비자보호부 직원들은 올해초 설 연휴 출근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쉬는날 없이 일주일 내내 사무실을 지키고 있다. 처음에는 2인1조로 움직였지만 지금은 업무가 익숙해져 1인 체제로 돌아간다.

그렇다고 업무가 단순한 건 아니다. 복수의 결제 정보를 받으려면 별도의 시스템에 접근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관리자 결제가 필요하다. 정보를 가공하고 외부망으로 옮기는 모든 과정에 결제를 받아야한다. 당사자 안내도 잊어선 안 된다.

"실무자와 관리자 모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어요. 개인정보는 예민한 정보인 데다, 제3자에 제공하는 거니까 반드시 정확해야 하거든요. 2~3중으로 꼼꼼하게 체크한다는 의미가 들어있는 겁니다. 주말엔 안 나오는 편이 좋겠지만요.(웃음)"

조경희 수석은 정부 당국이 추진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개인정보 취급절차가 간소화하면 향후 비슷한 사태가 벌어졌을 때 대응이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아찔한 기억도 있다. 지난 3월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집단 감염 사태가 일어나자 소비자보호부는 센터 방역 관리에 총력을 기울였다. 업무 특성상 콜센터와 수시로 소통을 해야 하는데 자칫 확진자가 나오면 업무가 마비될 것이 확실했다.

긴급재난지원금 배부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여기선 되는데, 저기선 안 된다는 문의가 쏟아졌다. 시스템이 과부화로 마비되기도 했다. 조 수석은 "(회사와 고객 모두) 난생 처음 겪어보는 일을 치르면서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지난달 말 잠시나마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잠해지자 기쁜 마음도 들었다. 여지껏 겪어본적 없는 위기를 이겨냈다는 자부심과 함께 카드사 일원으로 기여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회사 안팎에 소비자보호부가 담당하는 일이 잘 알려지게 된 건 덤이다.

"힘든 부분은 있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감내할 수밖에 없어요. 코로나19 종식 시기를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금 업무는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 한 사람당 3~4장 카드를 갖고 있는 특수성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최근 정부 당국이 추진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한 기대도 있다. 개인정보 취급절차가 간소화되면 향후 비슷한 사태가 벌어졌을 때 지금보다 수고를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감한 정보가 오가는 가운데 사고를 일으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보호부가 다른 부서와 비교해서 업무 강도가 센 건 사실이에요. 정부가 정보 제공을 요청을 해도 관련 법률 틀 안에서 대응해야 하는 만큼 관련 법률 숙지도 필요하고요. 부서원들 협조가 잘 이뤄지는 것이 무엇보다 고맙습니다."

조 수석은 1996년 외환카드에 입사한 뒤 회사 합병 등을 거쳐 2014년 하나카드로 적을 옮겼다. 오랜시간 인사·급여 업무에 집중하다 지난해 7월 소비자보호부 책임자로 발령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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