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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계좌' 악용한 허위 보험계약 차단 물건너가나

  • 2020.06.22(월) 09:17

가상계좌 입금자 확인 금융실명법상 불가 '유권해석'
은행창구·토스 입금도 실명확인 어려워…곳곳에 구멍

보험설계사가 계약자 명의 가상계좌로 보험료를 대납하는 식의 허위계약으로 거액의 수수료만 챙기는 부당행위를 차단하려던 금융감독원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보험사가 보험료 수납용 가상계좌에 보험료를 입금한 사람이 실제 계약자인지 학인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올 상반기 중 마련키로 했지만 금융실명법에 발목이 잡혔다. 이에 금감원이 대안 마련에 나섰지만 실제론 별다른 움직임이 없고, 보험사들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진 않아 당분간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료 수납용 가상계좌의 실제 입금자 확인시스템 개발이 잠정 중단됐다. 금감원을 비롯해 생·손보협회, 은행연합회, 가상계좌를 운영 중인 보험사 38곳, 은행 15곳이 참여한 TF도 운영을 멈췄다.

당초 구상한 입금자 확인시스템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부여한 은행 가상계좌로 보험료가 들어오면, 은행이 보험사 모계좌로 입금하기 전에 실제 입금자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방식이다.

보험계약은 보험료를 받는 순간부터 보장이 시작되는 만큼 잘못된 계약이라도 사고가 발생하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입금자가 계약자가 아닌 경우 보험료를 환불하고 계약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도 고려했다.

하지만 금융실명법상 이 프로세스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이 나왔다. 금융위원회는 보험사가 모계좌로 입금된 입금자 정보는 해당 은행에 요구할 수 있지만 가상계좌 입금자 정보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가상계좌는 고객 관리 등의 목적으로 은행이 발급한 계좌번호 형식의 전산코드에 불과해 모계좌로 입금되기 전엔 금융거래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계좌이체가 아닌 은행 등의 창구에서 보험료를 가상계좌로 입금한 경우 금융실명법상 100만원 이하 금액은 실명확인을 생략하는 조항에 따라 실명확인 자체가 불가능하다. 간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토스를 통해 입금할 경우에도 입금자명이 '토스'로만 찍혀 실명확인이 어렵다.

이에 따라 금감원이 계획한 입금자 확인시스템은 진행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설령 확인시스템을 마련한다고 해도 은행 창구나 핀테크 플랫폼을 이용해 가상계좌로 입금할 경우 충분히 허위 계약이 가능해 반쪽짜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가상계좌를 통한 보험료 수납 건수는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금감원에 따르면 10개 손보사 기준 2017년 4074만 건이던 가상계좌 보험료 납부는 2018년 4296만 건으로 늘었고, 2019년 상반기엔 이미 전년의 절반을 웃도는 2189만 건을 넘어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토스나 금융실명법 등 추가적으로 고민이 필요한 부분들이 나오면서 논의를 중단했다"라며 "금융당국이 이 이 부분을 검토하기로 했는데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어 전산시스템 개발은 시작도 못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가상계좌는 오랫동안 논란이 있었던 만큼 금융당국이 제도적 허점이나 사각지대 방지 차원에서 신중히 접근하고 있지만 당장 뚜렷한 방안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 굳이 추가적으로 비용을 들여가면서 개발을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한 불만도 있다"라며 "취지는 좋지만 현재 상황에선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창구에서 가상계좌로 보험료를 납입하는 경우 실명확인은 불가능하지만 가상계좌를 악용한 허위 작성계약 시도는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토스는 별도로 금융실명법 적용을 추진 중인 만큼 토스와 창구거래를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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