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금융지주들은 코로나에 웃고 울어야 했다.
코로나19 특수로 대출자산이 늘면서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도 핵심 이익원인 이자이익 감소를 피할 수 있었다. 반면 역시 코로나19에 따른 부실을 선반영해 대규모 충당금을 쌓으면서 전반적인 순이익 감소가 불가피했다.
◇ 하나금융 나홀로 성장…우리금융 큰 뒷걸음질
올해 상반기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 등 5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은 6조 432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7조1318억원보다 9.8% 감소했다. 하나금융을 제외한 신한, KB, 우리, 농협금융의 순이익이 모두 뒷걸음질쳤다.
구체적으로 하나금융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1.6% 늘어난 1조3446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2012년 이후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신한금융과 KB금융, 농협금융 등은 나란히 순이익이 5%가량 감소했다.
우리금융은 순이익이 43%나 줄면서 5대 금융지주 중 순이익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반기 순이익 1조원 달성도 실패했다.
◇ 코로나19 사태로 특수 누린 핵심이익
주요 금융지주들의 순이익이 전반적으로 줄긴 했지만 핵심 이익원인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은 오히려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주요 금융지주의 이자이익은 18조428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8조1993억원보다 1.25% 늘었다. 비이자이익은 5조4851억원으로 지난해 5조3226억원보다 3% 증가했다.
금융지주별로는 신한금융과 KB금융, 우리금융의 이자이익은 늘었고, 하나금융과 농협금융은 소폭 감소했다. 비이자이익의 경우 신한금융과 KB금융, 하나금융은 늘었고, 우리금융과 농협금융은 줄었다.
전반적으로 이자이익이 늘어난 건 코로나19에 따른 효과로 풀이된다. 올해 초 코로나19의 확산과 함께 가계와 기업 모두 은행을 찾아 긴급 자금 확보에 나서면서 대출자산이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까지 가계와 기업이 국내은행에서 받은 대출은 118조3000억원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 49조1000억원의 두 배를 웃돌았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그간 대출을 이용하지 않던 대기업들까지 자금 융통에 나서면서 대출자산이 크게 증가했다"면서 "덕분에 사상 최저 기준금리에 따른 저금리 상황에서도 이자이익은 오히려 증가하거나 크게 줄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비이자이익 역시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다. 올해 1분기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이면서 비이자이익 부문의 타격이 컸지만 단기간 내에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비이자이익도 되레 증가했다.
이 관계자는 "1분기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외환과 펀드 판매 등 다양한 부문에서 비이자이익이 감소했지만, 글로벌 금융시장 회복과 함께 비이자이익 역시 빠르게 증가했다"라고 말했다.
◇ 순이익 발목 잡은 코로나19 충당금
핵심이익이 늘어났는데도 순이익이 줄어든 이유 역시 코로나19에서 찾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대출자산이 늘어난 만큼 미래손실을 반영해 충당금 규모도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주요 금융지주의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2조50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1조2573억원의 두배에 달했다.
보통 금융지주들은 영업이익에서 대출자산 부실화 등을 전망해 충당금을 쌓는다. 충당금이 높아지면 그만큼 순이익이 줄어드는 구조다. 충당금 규모가 작년 수준을 유지했다면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증가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로 충당금 적립전 이익은 신한금융이 3조328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KB금융 2조5059억원, 하나금융 2조3416억원, 우리금융 1조6190억원, 농협금융 3조74150억원 순이었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미래전망을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충당금을 작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쌓으면서 순이익에 영향을 줬다"면서 "코로나19의 여파가 예상보다 크지 않으면 환입이 이뤄질 수 있긴 하지만 올해 상반기엔 전반적인 순이익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라고 설명했다.
일부 금융지주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사모펀드 사고를 수습하기 위한 충당금이 악재로 작용하기도 했다. 실제로 신한금융이 1248억원, 우리금융이 1600억원 등을 사모펀드 관련 충당금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