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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의 진격]②네이버 보험, '태풍의 핵'으로

  • 2020.08.03(월) 09:31

온라인 소상공인 집중 타깃…교육 컨텐츠로 시작
배상책임보험보험 등 판매 시 단숨에 시장 장악
지정대리인 제도 통해 보험업 직접 진출할 수도

네이버파이낸셜이 금융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주된 대상은 SME(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 즉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사업자들이다.

우선 미래에셋캐피탈과 함께 대출서비스를 론칭했다. 보험 교육 콘텐츠 제공을 시작으로 보험시장도 노크하고 있다. 이커머스 사업자의 필수보험인 배상책임보험 등을 위주로 보험상품 판매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서비스처럼 기존 보험사의 지정대리인 자격으로 보험업에 진출하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네이버의 막강한 네트워크를 감안할 때 기존 보험사들이 '독이 든 성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제휴 유혹을 떨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 네이버파이낸셜, 교육 콘텐츠로 보험시장 노크 

네이버파이낸셜이 최근 법인보험대리점(GA)인 NF보험서비스를 설립하면서 보험시장이 술렁였다. 네이버가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보험상품 판매에 나설 경우 그 파장이 상당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보험사업의 윤곽이 아직 완성되진 않았다. NF보험서비스라는 법인은 설립했지만 인력 구성을 마치지 못해 대리점 등록도 하지 못했다. 설립 당시 전화권유판매업, 콜센터 및 텔레마케팅 서비스업으로 사업목적을 내세웠지만 TM대리점 영업을 할 생각은 없다는 게 네이버파이낸셜 측 설명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우선 SME들을 대상으로 필요한 보험 소개를 비롯한 교육과 상품 추천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온라인 소상공인 사업자를 대상으로 의무보험 등 온라인 보험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겠다는 얘기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NF보험서비스는 일차적으로 온라인 소상공인들이 꼭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이 무엇인지, 어떤 보험상품이 좋은지 설명하는 교육 콘텐츠 제공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 배상책임보험 판매 시 단숨에 시장 장악

하지만 보험 교육 콘텐츠 제공만 목표하고 있다면 굳이 GA 라이선스가 필요 없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보험 교육 콘텐츠를 시작으로 여건이 갖춰지면 언제라도 보험상품 판매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전문가들은 네이버파이낸셜이 집중하고 있는 타깃에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는 온라인 창업을 지원하는 툴인 스마트 스토어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면서 국내 온라인 쇼핑몰 분야 1위에 올랐다. 최근 언택트 바람과 함께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덩치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에 따르면 2018년 월평균 1만 5000개 수준이던 신규 스마트 스토어 개설 수는 2019년 2만 개, 올해 2월까지는 월 2만 5000개로 계속 늘고 있다. 3월엔 3만 5000개에 달했다. 누적 스마트 스토어 개설 수는 36만 개에 이른다.

중복 개설을 감안하더라도 개인 사업자 수만 25만 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본격적으로 보험상품 판매에 나설 경우 기본 고객 숫자만 25만 명에 달한다는 얘기다.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하려면 다양한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우선 개인정보배상책임보험은 필수보험이다. 미가입자는 20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사이버공격이나 네트워크 문제 등에 따른 피해를 보상받으려면 사이버보험에도 가입해야 한다. 이외에 업종에 따라 음식물의 변질 등을 보상하는 생산물배상책임보험, 배송취소 등을 보장하는 배송보험 등 각종 영업배상책임보험도 다양하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보험 교육 콘텐츠로 시작하지만 결국 보험상품 판매에 나설 것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기에 네이버쇼핑에 입점한대형 이커머스와 백화점 등으로 타깃을 확대할 경우 보험시장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배상책임보험은 국내 보험시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꾸준한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라며 "특히 언택트로 온라인 쇼핑 규모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어 네이버가 다른 보험사들을 제치고 한순간에 시장 주도권을 쥘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지정대리인 통한 보험업 진출도 예상

네이버파이낸셜이 금융회사가 아닌데도 대출서비스에 나설 수 있는 건 미래에셋캐피탈의 지정대리인으로 선정되면서다. 따라서 보험분야 역시 주요 보험사의 지정대리인 자격으로 보험시장에 진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정대리인 제도는 핀테크 기업이 금융회사의 업무를 위탁받아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시범운용할 수 있는 제도다. 2년간 각종 규제가 면제되고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연장도 가능하다. 

상품 라인업을 모두 갖춘 보험사와 지정대리인 제휴를 맺으면 손쉽게 보험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통해 기존 규제에서 벗어난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어 기존 보험사보다 오히려 더 유리하다. 네이버라는 막강한 판매 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보험사들 역시 제안을 거부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보험을 비롯한 금융권 전체가 빅테크의 금융시장 진출에 위기감을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네이버가 시작도 하지 않은 자동차보험료 비교서비스가 뭇매를 맞은 것도 기존 금융권의 두려움을 반증한다. 

네이버의 자동차보험료 비교견적서비스는 사실 NF보험서비스와 무관하다. GA와 상관없이 네이버의 검색엔진 플랫폼 내에서 자동차보험료를 비교해 보여주고 보험계약까지 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이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들과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제휴도 맺지 않은 상황"이라며 "플랫폼에 보험사 서비스를 기술적으로 얹을 수 있는지 타진하는 단계에서 이미 수수료까지 확정된 것처럼 알려져 당황스럽다"라고 밝혔다.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보험업에 진출한 스타트업이나 핀테크사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더 크다. 보험 핀테크업체 관계자는 "네이버, 카카오는 전 국민 플랫폼이어서 보험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파급력은 예측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보험사는 물론 다양한 보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인슈어테크들 역시 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가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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