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직장인 A씨는 올해 초 나 홀로 여행을 계획하면서 해외여행자보험에 가입했다. 회사별로 보험료를 비교해 보여주고 간단하게 가입까지 할 수 있는 모바일 금융플랫폼을 이용했다. 온라인(다이렉트보험)으로 가입한 만큼 보험료도 저렴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해당 보험사의 다이렉트 채널에선 같은 보장을 받으면서도 보험료가 더 싸다는 사실을 알고 뭔가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해외여행자보험과 반려동물보험, 운동보험 등 보장기간이 짧고 보장내용이 단순한 단기보험이나 미니보험 위주로 온라인과 모바일 등 비대면 플랫폼을 통한 보험 가입이 늘고 있다. 보험대리점(GA)이 내놓은 모바일 금융플랫폼을 비롯해 인슈어테크, 빅테크 기업들이 보험료 비교와 함께 바로 보험 가입까지 가능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어서다.
금융플랫폼에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데다 여러 보험사의 보험료를 비교해보면서 저렴하고 합리적으로 보험상품을 고를 수 있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여기엔 소비자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숨어있다. 온라인에서 가입하면 모두 다이렉트보험 상품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어서다. 금융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상품이 '온라인(다이렉트채널)전용 보험'인 경우도 있지만 '보험대리점(GA채널)전용 보험'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용자가 많은 금융플랫폼이 다양하게 생겨나면서 새로운 채널 확보를 위한 제휴도 늘고 있다"면서 "제휴를 맺는 과정에서 플랫폼 운영사들이 다이렉트채널 상품을 탑재해 광고비를 받을지, GA상품을 탑재해 수수료를 받을지 선택하는데 상품 종류나 플랫폼마다 차이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플랫폼 운영사들의 수입 구조는 두 가지다. 다이렉트상품은 광고 제휴를 통해 광고 수수료를 받고, 일반 상품은 플랫폼에서 계약까지 마무리해 모집수수료를 받는다. 다이렉트보험은 보험업법상 신계약비를 모집인이 있는 상품의 70%로 제한하고 있어 보통 보험료가 더 저렴하다. 적게는 10~20%, 많게는 30%가량 저렴한 상품도 있다.
이 때문에 플랫폼 운영사가 모집수수료를 받는 GA상품을 선택했을 경우 보험사 홈페이지에서 가입하는 다이렉트상품보다 보험료가 더 비싼 경우가 생긴다. 온라인으로 가입하긴 했지만 온라인 상품이 아닌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A씨도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실제로 한 금융플랫폼에서 판매한 해외여행자보험을 조사해봤더니 보험사의 다이렉트 상품과 보장은 같은 데도 담보별로 보험료 차이가 존재했다. 보험료 자체가 낮은 단기·미니보험이어서 차이가 크진 않지만 30%이상 벌어지기도 했다. 기간이 길고 보장이 큰 상품일수록 보험료 차이가 커질 수 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이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데 있다. 대부분 플랫폼에서 GA상품은 상품 설명 하단에 작은 글씨로 보험대리점명을 써놓거나 가입 단계 상세 페이지나 보험약관에 대리점명을 써놓는 정도다. 소비자들이 GA상품이란 사실을 알기엔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금융플랫폼 운영사들이 GA를 자회사로 두고 있어 판매 자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다만 소비자가 다이렉트상품으로 오인하고 가입하는 경우가 있고, 보험료 차이도 꽤 나는만큼 소비자가 이 사실을 분명하게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플랫폼에서 판매하는 보험상품들은 다이렉트용과 GA용이 혼재돼 있어 고객들이 사실상 구분하기 어렵다"면서 "대부분 다이렉트상품으로 생각하고 가입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는 만큼 소비자에게 확실히 알릴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모집수수료를 받는 상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다이렉트상품보다 보험료가 비싼 건 아니라는 게 금융플랫폼사의 입장이다.
금융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의 역할은 보험상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면서 특히 생활에 필요한 보험상품을 소개하는 목적이 가장 크다"면서 "편의성이 가장 큰 장점이고, 가격은 그 다음인데 단체보험 형태로 할인 받는 등 다이렉트상품보다 저렴한 경우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이렉트상품은 사업비가 낮지만 유지비 비중이 커 항상 저렴하진 않다"면서 "같은 다이렉트상품이라도 보장이나 인수 기준이 다를 수 있어 비쌀 수도 쌀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는 "금융플랫폼은 개별 보험사 사이트를 찾는 번거로움을 줄이면서 보험상품을 비교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어느 정도는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다만 소비자들이 이 사실 자체를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개선 방안을 고민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상품에 대해 채널별 가격 공시 의무화 등 규정 개정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 "다만 공시 범위가 넓어지면 온라인의 편의성을 떨어뜨릴 수 있어 상황을 점검하면서 개선점 등을 고민하겠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