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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의 진격]④토스, 보험도 바꿀까

  • 2020.08.20(목) 09:30

불편·불합리한 보험판매 관행 혁신 시도
'정규직 설계사' 도입해 소비자 중심 전환

토스 홈페이지 캡쳐

'모든 금융을 쉽고 간편하게' 바꾼다는 모토를 내세운 비바리퍼블리카(토스)는 기존 금융서비스의 불편을 혁신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토스는 '송금이 왜 이렇게 불편해'라는 불만에서 출발해 '간편 송금'을 탄생시켰고, 그 이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8월 현재 가입자 수가 1700만 명에 달하고, 월간활성사용자(MAU)도 1000만 명을 넘기면서 명실상부한 국내 1위 핀테크 업체로 자리잡았다. 간편송금 외 대출과 보험, 카드 등을 비교하거나 판매하는 40여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급결제와 보험, 은행업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렇다면 '쉽고 간편하게'를 앞세운 토스의 혁신이 보험산업에서도 통할까. 사실 보험은 가입 방법을 단순화하는 것만으론 혁신이 쉽지 않다. 온라인 보험 판매가 아직 1%대에 머물러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개인마다 필요한 보험이나 보장이 다르고, 정형화된 상품이 아니어서 소비자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 정규직 보험설계사라고?

토스는 2018년 2월 토스 앱 내에서 보험보장 분석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어 보험상담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토스 인슈어런스(GA)'를 설립했다. 현재 토스 인슈어런스에 속한 정규직 보험설계사는 약 30명, 수습 절차를 밟고 있는 인원까지 합하면 80명 수준이다. 토스는 올해 연말까지 100명, 내년 상반기까지 200명의 정규직 설계사 채용을 목표하고 있다.

그렇다면 토스가 추구하는 보험산업 '혁신'은 무엇일까.

혁신은 기존 질서의 파괴에서 비롯된다. 보험산업은 그동안 일명 '푸시(push) 영업' 위주였다. 고객이 필요에 의해 찾기보단 설계사가 고객을 찾아가 새로 나온 상품을 소개하고 가입시키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설계사들은 수수료를 많이 챙길 수 있는 상품을 주로 추천하게 되고, 보험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과 불신도 여기서 시작된다.

보험상품의 복잡하고 비표준화된 구조도 고객의 선택권을 제한한다. 설계사가 권유하는 상품 위주로 보험에 가입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 구조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기존 설계사의 고용형태(위촉직)와 소득구조(판매 실적 연동)에선 판매자의 이익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어서다.

토스는 이 딜레마를 해소하기 위해 '정규직 보험설계사' 제도를 도입했다. 기본 연봉 4000만원을 보장하는 파격적인 대우로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조병익 토스인슈어런스 대표는 "보험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은 단순히 가입 프로세스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만으론 해결이 어렵다"면서 "기술과 사람이 모두 바뀔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설계사의 고용 형태를 정규직 연봉제로 혁신해 고객 중심의 판매 구조를 현실화했다"라고 강조했다.

앱(app) 즉 최신 '기술'을 통해 고객 개개인의 보험가입 상황과 문제를 진단하고, 전문성을 가진 '사람'과 상담을 통해 맞춤형 보험상품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 '긍정적 경험'울 쌓아라

정규직 보험설계사를 앞세워 기존 보험판매 관행을 깨려는 시도는 역시 보험업 진출을 준비 중인 네이버나 카카오와도 차별화된다.

조 대표는 "네이버, 카카오와 가장 큰 차이점은 보험사와 소비자 사이에서 보다 객관적이고 균형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정규직 설계사의 유무"라며 "보험을 '내 편에서 분석해 줄 사람이 없다'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이라고 설명했다.

정규직 보험설계사는 수수료 수입에서 자유로운 만큼 상대적으로 고객에게 더 유리한 상품을 찾고 제안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고객에게 유리한 상품도 설계사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이 아닌 '상품 네비게이터'라는 툴(Tool)을 통해 객관적이고 일관성 있게 제공한다. 고객의 나이와 성별, 직업 등을 기반으로 원하는 가입 조건을 입력하면 그에 따른 최적의 상품을 찾아주는 방식이다. 

고객은 이 과정을 거치면서 보험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무조건 가입을 요구하지 않는 만큼 궁금한 내용을 묻고 상담하는 수준으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보험 가입에 대한 부담을 덜면서 긍정적인 경험을 쌓아가면 진짜 필요할 때 자연스럽게 보험 가입을 유도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보장 분석과 상담을 연결해 온라인이긴 하지만 일방적인 정보 제공이 아닌 쌍방 소통 채널을 확보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 설계사 혁신…보험 판도 바꿀까

고객 반응도 긍정적이다. 토스 앱의 '내 보험 조회'에서 추가 보험분석이나 상담을 원할 경우 '내 보험 분석 받기'를 신청하면 토스 인슈어런스 설계사로부터 전화나 메신저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 상담 건수가 하루 평균 2000건에 달한다. 온라인 보험 가입률이 1.5%(생명보험) 수준임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수치다.

정규직 설계사 채용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상담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간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NPS(Net Promoter Score)가 90점대를 유지하면서 평균 70~80점 대인 다른 보험사들을 크게 앞질렀다. NPS는 순수 고객 추천지수로 향후 판매 성장률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로 꼽힌다. 오히려 소비자들이 '가입을 유도하지 않으면 회사에서 뭐라고 하지 않느냐', '이런 상담은 유료로 해야 되는 거 아니냐'라는 긍정적 피드백을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최근엔 고객이 직접 보험설계사를 선택할 수 있는 '나만의 보험 전문가’ 서비스도 선보였다. 보험설계사 영업지원 전용앱인 '토스보험파트너'에 등록된 설계사의 신원과 경력 등을 열람하고 직접 설계사를 선택해 매칭할 수 있는 제도다. 지난 6월 베타서비스에서 신규 등록한 설계사가 2300명, 이를 통한 상담 건수만 5800건에 이른다. 

기존 보험설계사 시장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현재 40만 명에 달하는 보험설계사 조직은 정부의 고용보험 도입 추진과 내년 설계사 수수료 체계 개편이 맞물리면서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고용보험료 부담으로 GA를 비롯한 보험사 소속 설계사들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 '정규직 설계사'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초년도 수수료가 1200%로 제한되면서 수입이 줄어드는 설계사가 많아지고 고용보험 도입으로 저능률 설계사를 줄이려는 시도가 더해지면 설계사 조직도 대폭 축소될 것"이라며 "고객의 보험니즈 변화와 보험산업의 제판 분리 등이 맞물리면 정규직 설계사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생활밀착형 플랫폼과 비교해 토스가 보험산업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 플랫폼의 진격

최근 보험연구원이 국내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대형 보험사 등 21%가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비롯한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을 꼽았다. 그만큼 네이버와 카카오, 토스와 같은 빅테크의 진격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위기이자 기회라는 평가도 나왔다. 빅테크의 진격을 잘 활용하면 디지털금융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기존 보험사들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기존 보험사들이 빅테크 플랫폼의 공격을 잘 방어하면서 어떻게 변신하느냐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다음 편에선 개별 보험사의 디지털 대응 전략과 현황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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