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융권의 최대 화대 가운데 하나는 단연 '디지털'입니다.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너도나도 디지털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이를 반영하듯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들이 디지털 공동시스템 구축에 나서며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난 1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나란히 삼성카드와 공동시스템 구축 계획을 밝혔습니다. 4월 중 공동협약서를 체결하고 2026년까지 각각 142억6900만원과 173억7300만원 규모의 수의 계약을 맺을 예정입니다. 삼성증권 역시 동일한 계약을 맺을 계획으로 이른바 삼성표 디지털 금융 플랫폼이 탄생하게 된 겁니다.
최근 금융 트렌드를 통해 짐작하셨겠지만 삼성이 금융 플랫폼을 만든 데에는 빅테크의 위협이 큰데요. 금융권 전반이 디지털 전쟁에 휘말리면서 삼성 금융 계열사들 역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디지털 혁신이 핀테크에서 글로벌 빅테크로 확산하면서 빅테크 주도의 이커머스와 금융이 결합하는 플랫폼 중심의 금융서비스가 세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기존에 카드사만 가능했던 후불결제 서비스가 30만원 한도이긴 하지만 네이버페이에서도 가능해진 것도 하나의 예로 지목됩니다.
빅테크뿐 아니라 최근 데이터 연계를 통해 통합 금융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대형 금융지주사들의 행보도 삼성 금융사들의 위기감을 키웠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특히 삼성카드가 대주주인 삼성생명에 대한 금융당국 중징계로 당분간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에 발이 묶인 것이 통합 시스템 구축을 서두르게 만든 것으로 볼 수 있죠.
아직 삼성표 디지털 플랫폼이 어떤 형태로 구축될지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고 당장은 기존 금융지주사들의 통합 서비스 플랫폼과 유사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아무래도 금융 통합 플랫폼도 디지털 시대의 중심에 서 있는 삼성이 만들면 뭔가 다를 것이란 기대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장밋빛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통상 여러 플랫폼을 합칠 경우 기술적으로 시스템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데요. 삼성도 예외가 아닐 수 있습니다.
게다가 삼성 금융 플랫폼의 경우 보험과 증권, 카드로만 구성되면서 은행 중심의 다른 대형 금융지주사에 비해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상대적으로 대중화된 은행 애플리케이션과 달리 카드와 보험, 증권 3개의 통합 플랫폼의 시너지 효과를 얼마나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물론 삼성 금융 계열사들마저 거스를 수 없는 디지털 혁신 흐름에 맞춰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분명 큽니다.
곁가지로 삼성금융 계열사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며 수차례 매각설이 불거졌던 삼성카드와 삼성증권의 입지는 이번 디지털 플랫폼 구축으로 굳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1등이 아닌 계열사는 과감히 정리하면서 한때 매각 대상으로 거론됐지만 통합 금융 플랫폼을 위한 퍼즐의 중요한 일부분이 되면서 계열사 내 입지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