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영업 창구에 디지털을 입히는 작업에 한창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은행은 16일 영상합성 기술 스타트업인 라이언로켓과 'AI뱅커'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영상과 음성을 합성해 외모와 자세, 목소리를 반영한 가상의 은행원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AI은행원은 스마트 키오스크 화상상담 업무 등을 시작으로 대면 영업창구에서도 활용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AI뱅커가 상담 고객의 음성을 분석하고 이해해 실제 은행원과 상담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에 앞서 신한과 KB국민은행도 대면 영업 창구에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는 작업에 착수한 바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삼성전자와 손잡고 인공인간인 '네온'을 대고객 서비스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여의도 신사옥 내에 AI체험존을 열고 AI상담원을 실제로 구현했다. KB국민은행 역시 스마트키오스크 등을 활용해 실제 영업점에 AI상담원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시중은행들이 AI상담원 개발에 공을 들이는 것은 비용 절감 목적이 크다. 키오스크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무인점포나 소형화 점포 등으로 자유롭게 활용하면서 인건비도 줄일 수 있어서다.
다만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사용처가 제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금소법 시행으로 시중은행들이 상품을 판매할 때 설명의무가 더 강화된 탓이다. 설명의무는 고객 개개인별 성향을 따져봐야 하는 만큼 아직은 온전히 AI에 맡길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
게다가 금융거래 특성상 개인정보가 오고가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 등 다양한 법적 제약을 받기도 한다는 게 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나마 금융당국이 올해 2분기 중 금융분야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구체적인 틀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는 데 은행들은 기대를 걸고 있다.
노조와 갈등도 넘어야 할 산이다. 가뜩이나 은행 영업점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AI가 은행원의 역할을 대체하기 시작하면 기존 직원들의 설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은행 관계자는 "AI상담원은 아직 개발 단계며 특히 금융권은 그 특성상 다양한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최대한 간편한 업무부터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궁극적으로는 모든 은행업무를 AI상담원이 수행토록 하는 게 목표겠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특히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시그널을 줘 노조와 관계가 악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