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디지털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오프라인 지점 혁신을 둘러싼 '최초' 타이틀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편의점 내 첫 은행 점포 입점을 놓고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자웅을 겨룬데 이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지점 내 인공지능(AI) 은행원 도입을 둘러싸고 자존심을 건 싸움이 한창이다.
6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BGF리테일과 손잡고 이달 중 CU 편의점 내 은행이 공존하는 혁신 점포를 낼 예정이다.
이번 혁신 점포는 기존 '숍인숍' 개념을 넘어 은행과 편의점이 완전히 결합된 공간으로 추구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간판에도 CU와 하나은행 브랜드를 모두 표기한다. 최근 은행들이 지점을 잇달아 폐쇄하는 상황에서 금융 사각지대 해소를 취지로 마련했다.
앞서 GS리테일과 손잡고 미래형 혁신점포 구축을 공언했던 신한은행 역시 GS스토어에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지점을 마련 중이다. 하나은행과 달리 격오지나 도서지역에 먼저 관련 점포를 만들 예정으로 첫 지점 소재지를 강원도로 정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하나은행보다 일찌감치 편의점과 콜라보로 혁신점포 구축을 내세웠지만 하나은행이 실제 점포를 먼저 내면서 아쉽게도 최초 타이틀을 놓치게 됐다.
반면 최근 신한은행은 AI 뱅커를 도입한 무인형 점포를 금융권 최초로 선보였다. 옛 평촌남 지점과 대구 소재의 옛 다사 지점에 마련한 '디지털라운지'는 은행 직원이 없는 대신 실시간 화상통화로 금융상담을 할 수 있는 디지털 데스크와 함께 AI 뱅커를 도입했다.
AI 뱅커는 실제 영업점 직원을 모델에 영상합성과 음성인식 기술을 적용한 가상 직원으로 손쉽게 출금·이체 등의 업무가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신한은행이 첫 AI 뱅커 점포를 선보이면서 기존에 AI 은행원 체험존 마련과 함께 선공에 나선 국민은행은 첫 승기를 다시 놓쳤다.
국민은행은 지난 3월 여의도 신사옥 안에 AI 체험존을 열어 은행권 처음으로 AI 상담원을 구현하며 업계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AI 은행원을 점포에 실제로 도입하는 데는 신한은행이 일단 앞섰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삼성전자와 손잡고 네온을 AI서비스에 활용하는 계획을 밝히며 AI 은행원 도입의 포문을 열었지만 실제 상용화에는 상당 시간이 걸렸다. 이 와중에 국민은행이 정교한 AI 상담원을 선보이면서 다른 형태의 AI 은행 서비스 구축을 부랴부랴 병행했다는 후문이다.
국민은행 역시 AI 상담원 도입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비슷한 서비스를 준비 중인 우리은행 등 후발 은행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최초' 타이틀을 일단 놓치면서 좀 더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선보여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다만 '최초' 경쟁을 둘러싼 과열보다는 전반적인 은행 오프라인 지점서비스의 질을 향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들의 경우 빅테크·핀테크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대면 생활금융 플랫폼 서비스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만큼이나 고유의 오프라인 지점에서 디지털 혁신 경쟁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앞다퉈 혁신을 내세우면서 크게 중요하지 않거나 불필요한 경쟁에 나서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이 과정에서 은행 서비스의 질이 높아진다는 사실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