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급 돈벌이를 기록한 은행들이지만 올해는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로 대출에 제약이 걸려 자산 성장은 둔화될 가능성이 크고, 급변하는 디지털 금융환경에도 적응해야 한다.
여기에 은행들 입장에선 부동산 시장 조정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가파른 집값 상승과 함께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늘어난 까닭이다. 이와 함께 오는 3월로 예정된 정부의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로 인한 자산건전성 저하위험 역시 은행들에게는 부담 요인이라는 평가다.
부동산 시장 조정 가능성에 촉각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국내 경제연구기관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주요 경제 현안과 위험요인들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논의 결과 중에는 '금융회사가 보유한 부동산 관련 자산(주택담보대출 등)에 대해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하고 투자손실을 적시에 평가할 수 있도록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작년 말부터 집값 상승세가 한 풀 꺾이며 하향 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되고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주택 매입 수요가 줄었고, 이는 집값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김영민 LG경영연구원장은 "올해 이후 국내 주택시장 조정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급증한 가계부채가 중대한 위험요인이라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동안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주택 매입 수요도 급증하면서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었다. 작년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규모는 전년보다 6.7%(31조6197억원) 증가한 505조4046억원으로 집계됐다.
규모는 KB국민은행이 122조8859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이 전년도와 비교해 가장 큰 폭(10.8%)으로 증가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집값 하향 조정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 하고 있지만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선 민감할 수밖에 없다. 집값 하락시 담보가치가 크게 줄어들고, 이는 자산건전성에 악영향을 주는 까닭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자산은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데 담보가치가 하락하면 줄어든 것만큼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며 "주택가격이 크게 떨어지면 충당금을 어떻게 늘려야 할지에 대해 금감원에 계획을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지원종료…서민도 은행도 부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서민들을 위한 금융지원 종료도 변수다. 정부는 작년 4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 연장‧상환유예 금융지원 조치를 올 3월로 연장했다.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권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출 잔액은 120조6000억원(금융위원회, 2021년 7월말 기준)에 달한다.
3월부터는 그동안 유예했던 이자를 포함한 빚을 갚아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중소법인과 소상공인들의 금융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특히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이전보다 이자부담도 많다.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어 이들 계층의 금융 부담을 실질적으로 경감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출차주들의 부담은 은행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대출 차주들의 상환부담이 늘어나고, 제때 돈을 갚지 못하는 취약차주가 많을수록 건전성 저하를 야기할 수 있어서다.
금융연구원은 올해 은행업에 대해 3월부터 중소법인과 소상공인 차주 상환유예 종료시 대손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박선지 한국신용평가 금융평가연구실 수석연구원은 "은행권의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대출잔액은 적지 않은 규모로 금융지원 종료 이후 은행 건전성 저하는 불가피하다"며 "금융지원 종료에 따른 잠재부실 현실화는 은행 수익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