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화려하게 주식시장에 상장한 카카오페이가 아쉬운 실적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에도 여전히 영업손실을 이어가서다.
아이러니하게도 카카오페이의 영업손실 행진은 '상장'이 좌우했다. 주식시장 상장과 스톡옵션 등에 따른 비용으로 지출이 늘어나면서 적자가 이어졌다는 게 카카오페이의 설명이다.
카카오페이는 8일 지난해 연결 기준 연간 영업 손실 27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기순손실은 322억원으로 집계됐다.
카카오페이, 장사는 잘했다
지난해 카카오페이는 전 부문에서 수익성 지표가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카카오페이는 458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지난 2020년 대비 61%나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장사는 잘 했다는 얘기다.
특히 금융 플랫폼으로의 위상이 돋보이는 해였다. 간편결제 시장의 강자답게 결제관련 매출을 크게 끌어올려서다. 아울러 타 금융사의 금융상품을 중개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을 하면서 벌어들인 매출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일단 카카오페이를 통해 오고가는 돈의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카카오페이를 통해 거래된 금액만 99조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67조원보다 1.5배나 증가한 것이다.
카카오페이를 통해 오고가는 돈의 규모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카카오페이의 핵심 서비스 들을 통한 매출 또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카카오페이는 결제, 금융, 기타 서비스 등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핵심인 결제서비스에서만 3039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보다 38%나 늘어난 것이다. 카카오페이는 온라인, 오프라인, 생활결제 모든 부분에서 골고루 결제액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온라인 결제액, 오프라인 결제액이 각각 67%, 77% 늘어났고 송금 부문도 37% 증가하며 전년 대비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가 제공하는 연계 금융사 대출, 카카오페이 증권 등 금융서비스에서의 매출 역시 성장세가 이어졌다. 금융서비스 부분에서 발생한 매출은 1313억원으로 2020년과 비교해 35%나 매출이 늘었다.
이 관계자는 "총 139개 금융사와의 제휴를 바탕으로 연간 거래액이 193% 증가했다"며 "연간 펀드 투자 거래액은 156%, 대출 중개 거래액은 3배 이상 늘어난 영향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상장이 오히려 '독' 된 이유
카카오페이의 매출이 상승세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손실을 이어간 것은 지난해 주식시장에 상장한 영향이 컸다.
주식시장 상장을 위한 IPO부대비용과 상장 후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주식보상 비용 등으로 인해 영업비용으로만 371억원을 지출해야 했다는 설명이다. 이 비용을 제외할 경우 카카오페이의 연간 영업이익은 99억원 흑자로 돌아서게 된다.
주목할 점은 카카오페이가 지난해 말 경영진들의 스톡옵션 행사로 인한 '먹튀' 논란이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비롯해 각 부문 총괄 부사장급 경영진들이 보유지분 약 44만993주를 매각한 바 있다. 금액으로는 900억원 수준이었다.
이후 '먹튀' 논란이 일자 일부 경영진은 자사주를 다시 매입하기는 했지만 카카오페이가 지난해 4분기 주식보상비용에 지출한 비용을 고려하면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가 카카오페이의 흑자전환을 가로막은 셈이 됐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내정자 역시 이날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상장 이후 발생한 혼란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며 "지금의 혼란을 빠르게 수습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다시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사과했다.
카카오페이, 임인년 흑자전환 노린다
올해까지는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은 카카오페이지만, 올해를 흑자전환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신원근 내정자 역시 이날 '백 투 베이직'을 강조하며 결제, 투자 등 핵심 서비스의 사용자 경험 확대를 바탕으로 수익성을 높혀나가겠다는 방침을 알렸다.
일단 핵심 서비스인 카카오페이 증권에서 이르면 내달부터 MTS서비스를 출시한다. 당장 다음주부터 전체 사용자를 대상으로 베타서비스를 진행하며 해외 주식 소수점 매매 기능을 탑재한 이후 내달 중 서비스 개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디지털 손해보험사 역시 올해 금융당국의 본인가를 획득한 이후 본격적인 영업을 펼치는 등 금융서비스 부분에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핵심 서비스인 결제 서비스는 해외 판로 개척에 속도를 낸다. 올해에는 중국, 독일, 프랑스, 싱가포르, 카타르, 이탈리아 등 해외 오프라인 확대는 물론 해외 온라인 서비스 결제수단 진입 확대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