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이 '손태승(지주회장)-이원덕(은행장)' 체제로 본격 닻을 올린다.
이원덕 신임 행장은 손태승 회장과 마찬가지로 지주회사내 '전략통'으로 꼽혀왔다. 그런 만큼 금융업계에선 100% 민영화 이후 우리금융의 두 리더가 손발을 맞춰 성장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은 다른 금융그룹과 비교해 그룹 내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다. 그런 만큼 이원덕 신임 행장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우리금융 입장에서도 은행의 내실 경쟁력이 강화돼야 손태승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외연 확장'에도 힘이 실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지주, 시너지 효과 주목
이원덕 신임 우리은행장은 1962년생으로 1990년 옛 한일은행에 입행했다. 2006년 우리은행 전략기획팀 수석부부장을 시작으로 지주와 은행을 오가며 글로벌전략‧미래전략 등을 이끈 '전략통'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그룹 디지털혁신소위원회 의장을 맡아 플랫폼 경쟁력 등을 끌어올리는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관련기사: 이원덕 우리금융 수석부사장, 우리은행 이끈다(2월7일)
이번 인사는 우리금융이 100% 민영화에 성공한 이후 조직 환기 차원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전임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이례적으로 1년 단위 임기로 연임한 가운데, 2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통상 은행장은 2년 혹은 3년 단위로 임기를 보장받는데, 그 간의 성과 등을 생각하면 예상보다 일찍 물러났다는 평가가 많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권광석 행장이 이례적으로 예상보다 일찍 자리에서 물러났다"며 "여기에 조직 환기 차원의 인사라는 점에서도 이원덕 행장 행보에 금융권 관심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손태승 회장과 이원덕 신임 행장이 실무자 시절부터 최근까지 호흡을 맞춰왔다는 점에서 향후 우리금융지주 경영과정에서 시너지 효과가 커질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손태승 회장은 우리은행이 다시 지주사체제로 전환한 2019년 이후 초대 회장을 맡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원덕 신임 행장은 2020년부터 손태승 회장과 함께 사내이사를 맡았고, 완전 민영화를 주도적으로 이끈 인물이기도 하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은행장을 비롯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자회사 대표를 등용했다"고 설명했다.
'은행 성장‧디지털 강화' 두 토끼 잡아야
손태승 회장은 민영화에 성공한 이후 연초부터 증권 등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손 회장이 비은행 사업 분야 인수‧합병 등 외연 확장에 주력하기 위해선 우리은행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다른 금융사들과 비교해 우리금융은 전체 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다. KB와 신한, 하나금융 등의 연간 순이익 대비 은행 순이익 비중은 60~70%인데 반해 우리금융은 90%가 넘는다. 이는 손태승 회장이 외연 확장에 주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손태승 회장이 주목하고 있는 증권업계는 개인 투자자들의 활발한 주식거래로 증권사들의 몸값이 크게 올라간 데다, 인수할만한 마땅한 매물도 없는 상태다.
이는 보험 등 다른 비은행 사업 분야도 다르지 않다. 우리금융 성장을 위해선 당장은 은행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전임인 권광석 행장 시절 우리은행은 다른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오히려 은행 자체로만 보면 다른 금융사들의 은행과 비교해 순이익 규모 차이도 크지 않다.
이원덕 행장 입장에선 이같은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면서도 금융권 최대 화두인 디지털 경쟁력 강화도 실현해야 한다. 자추위 역시 이원덕 행장의 그룹내 디지털혁신소위원회 의장 경험을 선임 이유로 꼽기도 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라 금융사 내에서 은행의 역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디지털이 대세인 만큼 은행 중심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계열사와 시너지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신임 행장의 역할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