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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주주 많은 금융권, ISS '입김'에 전전긍긍

  • 2022.03.17(목) 13:04

우리·하나 수장 선임안에 "법적리스크 커 반대"
'외국인 주주 달래기' 부담 점점 더 커질 듯

이달 말 예정된 주주총회를 거쳐 새로 금융계를 이끌어 가야 할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 수장들의 앞길이 벌써 험난하다. 주총에서 선임 안건 자체의 통과 여부가 불투명할 뿐 아니라 이를 넘어선다 해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서다.

이런 관측의 배경은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후보자와 이원덕 우리은행장 내정자의 이사 선임안에 모두 반대 의견을 낸 데 있다. 금융지주들은 다른 업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국인 주주 지분율이 높다. 당장 주총을 통과하더라도 계속 외국인 주주 눈치를 깊이 살펴야 할 상황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ISS, 우리금융 이사진 선임에 '어깃장'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ISS는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 의안 가운데 이원덕 우리은행장 내정자의 비상임이사 선임안과 사외이사 후보 4명(노성태‧박상용‧정찬형‧장동우)에 대한 선임안에 반대 의견을 표했다.

이들이 파생상품과 라임사태 손실에 대한 위험관리 미흡으로 금융당국 제재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사외이사 4명은 2019년, 이원덕 행장 내정자는 2020년부터 이사(사내이사)직을 우리금융지주에서 맡고 있다.    

ISS는 전 세계 1700여개 대형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주요 기업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찬반 형식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발표한다. 투자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은 대부분 ISS 보고서를 기반으로 주총에서 의사결정을 내린다.

ISS가 국내 자본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대표적인 사례는 2015년 옛 삼성물산과 옛 제일모직 합병이다. ISS는 당시 두 회사의 합병 비율을 문제 삼아 각각의 주주들에게 해당 의안에 반대 표결을 권고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특히 삼성물산 주요 주주로 합병에 반대하던 헤지펀드 엘리엇이 이를 적극 활용했다. 이 합병은 결국 성사됐지만 당시 ISS 보고서는 삼성을 섬뜩하게 했다. ▷관련기사: ISS 반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안갯속으로…'(2015년7월3일)

현 상황도 만만찮다. 우리금융지주는 외국인 주주 지분율이 34.3%다. 이들은 ISS 보고서 인용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우리금융은 현재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서는 외국인 지분율이 낮은 편이지만, 지난해 말 완전 민영화에 성공해 향후 외국인 주주 지분율이 높아질 공산이 크다. 외국인 주주 입김이 점점 강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파생상품 관련 금융당국의 제재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손태승 회장의 2심 재판 결과가 불투명해졌다는 점도 ISS 보고서에 힘을 싣는다. 손태승 회장은 1심에서 승소한 반면 뒤 이어 열린 공판에서 같은 혐의의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회장 후보자)은 패소한 탓이다. ▷관련기사: 함영주-손태승, '같은 소송, 다른 판결' 이유는?(3월15일)

하나금융 차기 회장 선임도 "노!"

더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건 하나금융지주다. ISS가 김정태 회장 뒤를 이을 함영주 부회장에 대해서도 선임 반대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ISS는 1심에서 패소한 함영주 부회장의 법적 리스크를 반대 이유로 꼽았다. 하나금융 외국인 지분율은 70.9%로 우리금융의 배가 넘는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국내 금융권 상황에 어두운 ISS가 법정에서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사안임에도 무책임하게 반대 의견을 날린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결국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우리은행) 새 수장들의 운명은 ISS 반대의견을 외국인 주주들이 얼마나 수용하는지에 달린 셈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의결권 자문기구의 권고에 대한 근거가 합리적이라면 외국인 투자자(기관)들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며 "자문기구들의 역할이 점점 커지는 만큼 이들의 권고가 주총에서 미치는 영향력도 갈수록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요 금융 수장들의 선임 안건이 주총을 통과해도 금융사들은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 이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향후 경영 방향성에도 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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