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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카드', 새롭게 정의하는 정태영 부회장

  • 2022.05.03(화) 16:45

국내 최초 VVIP 전용카드 '더 블랙' 선보여
'더 그린'·'더 핑크'로 프리미엄 카드 진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메기' 역할을 자처하는 최고경영자(CEO)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혁신을 증명하는 몇 안되는 CEO중 한 명이다.

현대카드가 카드업에 진출한 지 4년이 채 되지 않았던 2005년. 정태영 부회장은 국내 최초로 VVIP 전용카드 '더 블랙'(the black)을 선보였다. 이 프리미엄 카드의 연회비는 100만원, 최대 발급 매수는 9999장으로 제한되는 등 기존에는 볼 수 없던 가입조건으로 눈길을 끌었다.

파격적인 프리미엄 혜택과 카드사가 카드발급 기준에 부합하는 고객을 선별해 초대하는 가입 방식도 참신했다. '시장성이 없는 상품'이라던 경쟁 카드사들의 비아냥은 '국내 시장에서는 미지의 영역이었던 VVIP라는 신대륙을 새롭게 개척했다'는 평가로 대체됐다. 프리미엄 카드시장의 개막이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정 부회장은 더 블랙 카드에 대해 "엄격한 기준으로 회원 숫자가 1000명을 넘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자산과 소득도 보지만 그보다는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분인지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때문에 특정분야의 전문가나 예술인 회원의 비중도 높다는 설명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영화 배우 이정재와 방탄소년단(BTS)의 진이 이 카드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더 블랙은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이정재는 정 부회장이 "20년 친분이고 항상 차원이 다른 상상력으로 영감을 주는 귀한 지인"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정 부회장은 프리미엄 카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통상 럭셔리 컬러로 잘 활용하지 않았던 그린 컬러를 선택해 'MZ 프리미엄 고객군'을 타깃으로 한 '더 그린'(the Green)를 선보였다. 이 카드는 '프리미엄 카드 고객들은 가성비를 중시하지 않는다'는 기존 통념을 깨뜨렸다. 온라인 모집만으로 상품 공개 1년 만에 발급 5만장 돌파, 누적 발급량 약 10만장을 넘어서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정 부회장의 혁신은 계속 이어졌다. 지난해 5월 가심비와 가성비를 함께 추구하는 'MZ 프리미엄 고객'의 특성을 파고드는 프리미엄 쇼핑 혜택과 화려한 핑크 컬러를 새롭게 선보인 것이다.

'더 핑크'(the Pink)는 프리미엄 쇼핑의 대표 가맹점인 백화점과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파격적인 5% M포인트 적립 혜택으로 MZ세대 고객들의 마음을 저격했다. 또 3대 백화점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과 전국 160여곳의 프리미엄 레스토랑에서도 5% 적립 혜택을 제공했다. 적립한 M포인트는 더 핑크 바우처로 교환해 백화점과 면세점, 특급호텔, 해외직구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정 부회장은 '취향 공동체'라는 새로운 사회 트렌드를 반영한 프리미엄 서비스도 내놓았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시대가 변화하면서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특정 취향을 선도하는 사람들과 이에 호응하는 사람들이 하나의 유사한 성격을 지닌 집단을 형성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특히 MZ세대에서는 이같은 성향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현대카드는 이같은 사회 변화를 반영한 프리미엄 서비스인 '트라이브'(TRIBE)를 새롭게 선보였다. 영어로 '종족'이나 '부족'을 뜻하는 서비스명처럼 트라이브 서비스는 각 프리미엄 카드 회원들이 지닌 특유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기준으로 맞춤형 특화 혜택을 제공한다. 현대카드는 각 프리미엄 상품 고객들의 소비패턴을 분석해 회원들의 취향을 파악했으며, 이를 고메와 호텔, 문화영역 등의 혜택에 담았다.

정 부회장이 이끄는 현대카드가 프리미엄 카드 시장에서 보여준 모습은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카드업계의 관성을 넘어 기존 상품과 다른 콘셉트의 프리미엄 카드들을 개발했다. 경쟁사들의 미투 상품이 등장하면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판을 뒤집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프리미엄 카드 시장에서 끊임없는 혁신을 보여줬다"며 "또 다른 프리미엄 전략으로 시장을 어떻게 뒤집어 놓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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