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 1위사 삼성화재가 "내년 10% 안팎의 3세대 실손의료보험료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년간 보험료를 한번도 인상하지 않은 3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나간 보험금의 비율)이 118%까지 치솟아 두 자릿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업계 선두사의 결정인 만큼 다른 손보사들의 행보도 주목된다.
기준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실 우려가 커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해선 "삼성화재는 해당 사항(부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들은 10일 삼성화재 실적발표 기업설명회(IR)에서 나왔다. 삼성화재는 올해 1~3분기 1조300억원이 넘는 누적 순이익을 거두며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경신했다.
내년 3세대 실손보험료 올린다
이날 삼성화재 실적발표 IR에서 곽승현 장기상품개발팀 팀장은 "예의주시하고 있는 3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손해율이 118% 정도까지 올라왔다"며 "정확한 값이 산출되지 않았지만 현재의 손해율 추세를 고려할 때 내년 1월 3세대 실손에 대해서는 10%이상의 (보험료) 인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7년 4월 출시 이후 보험료 동결 또는 인하만 단행됐던 3세대 실손보험료의 인상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보험업감독규정에 따르면 실손보험은 출시 5년 후에는 최대 25%까지 보험료를 인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을 기점으로 보험료 인상을 추진할 수 있게 된 보험사들이 금융당국에 두 자릿수 인상안을 내밀었으나 뚜렷한 답을 찾지못하고 논의 자체가 흐지부지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다만 내년 자동차보험료를 내릴 예정인 만큼 실손보험료는 올려야 한다는 게 손보업계의 입장이다. ▷관련기사 : [인사이드 스토리]차보험료 연속 인하…'울며 겨자먹기?'(11월 8일) 핵심 사업영역인 자동차보험의 보험료를 인하하는 상황에서, 적자를 보며 팔고 있는 실손보험료마저 못 올리면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삼성화재가 밝힌 올 3분기 3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118%다. 보험료 1만원을 받아서 1만1800원을 보험금 지급에 쓴 셈이다. 사실상 적자 영업이다.
금융권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부동산 PF 대출 부실 우려에 대해선 '기우'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3조원 수준의 PF 관련 익스포저를 보유하고 있으나 대부분 보증부나 분양이 완료된 건에 대해서만 투자를 하고 있다"며 "시장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PF 관련 내용과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3분기 누적 당기순익 1조326억 기록
삼성화재의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보다 1.0% 증가한 1조326억원이었다. 3분기 누적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전년도 삼성전자 특별배당을 제외하면 13.6%로 순익 증가 폭이 커진다고 회사는 부연했다. 3분기(7~9월)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2827억원으로 집계됐다.
손해율 하락이 당기순익 개선의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보험 종목별 손해율을 살펴보면 일반보험은 75.3%로 나타났다. 올 3분기 누적 기준이다. 집중호우 및 태풍 등 자연재해의 영향으로 3분기 일시적으로 상승했으나 누계로는 전년에 비해 0.1%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장기보험 손해율은 81.0%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9%포인트 개선됐다. 실손보험금 과잉 청구, 지급 심사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제도 강화에 따라 안정화되고 있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8.9%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0.3%포인트 하락했으며, 업계가 주장하는 적정손해율인 78~83% 범위를 밑돌고 있다.
매출을 의미하는 원수보험료는 3분기 누적 기준 작년보다 1.8% 늘어난 14조9880억원을 기록했다. 일반보험에서 거둬들인 원수보험료가 1조463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가장 크게(15.4%) 늘어났다. 자동차보험(4조4508억원) 1.0%, 장기보험(9조733억원) 0.2% 등에서도 전년 대비 증가세가 나타났다.
홍성우 삼성화재 경영지원실장(CFO)은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환경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다"며 "남은 기간 예상되는 환경변화에 철저히 대비하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의 손익 기반 확보에 주력해 차별화된 성과를 시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