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들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 이후 첫 정기 최고경영자(CEO) 인사에서 안정에 무게를 실었다. 금융 계열 '맏형' 격인 삼성생명의 전영묵 사장과 삼성카드 김대환 사장을 유임하면서다.
8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카드는 각각 전영묵 대표이사 사장과 김대환 대표이사 사장을 유임했다. 이 둘 모두 지난 2020년 3월 대표이사로 취임해 내년 3월까지가 임기였다.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가운데서도 각 사 수익성과 건전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것을 인정받은 결과라는 평가다.
전 사장은 삼성 금융의 최대 계열사이자,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을 지난 3년간 탈 없이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삼성전자 보유지분과 관련한 보험업법 개정 이슈가 있는 데다, 내년이 보험업권이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17을 적용받는 첫 해여서 안정 쪽에 더욱 힘이 실렸다는 관측이다.
금융시장의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삼성생명도 안팎 변수가 있어 보험업과 재무업무에 정통한 전 사장에게 '안정 유지'라는 역할을 한 번 더 맡긴 것으로 풀이된다. 1964년생인 전 사장은 삼성생명으로 입사해 자산운용본부장까지 오른 재무통이다. 삼성증권 최고재무책임자(CFO, 경영지원실장),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 등 다른 계열사로 옮겨서도 능력을 인정받았다.
김 사장도 지난해 삼성카드의 역대 최고 실적을 이끌었다. 올해도 3분기까지 누적 4565억원의 순이익을 내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한 실적이다. 작년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막 승진했기 때문에 연임 가능성도 높았다. 1963년생인 김 사장 역시 삼성생명으로 입사했으며 마케팅전략그룹 담당임원과 경영혁신그룹장, 경영지원실장(CFO) 부사장을 역임했다.
한편 삼성생명은 이번 인사에서 금융경쟁력제고태스크포스(T/F)장 박종문 부사장을 자산운용부문장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삼성 금융 계열사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유일한 변화다.
박 사장은 2018년말 금융경쟁력제고T/F장으로 보임된 후 중장기 사업전략 수립 지원, 금융계열사간 시너지 발굴 등을 통해 금융의 미래 먹거리 창출 및 경쟁력 제고를 지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생명은 "불확실한 금융환경에 대응하고 미래 준비에 집중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1965년생인 박 사장 역시 재무통이다. 지원팀장, 해외사업본부 담당임원, 경영지원실 담당임원, CPC고객·상품·채널)전략실장 등을 맡았다. 금융경쟁력제고T/F장 재임 중 금융 공동 브랜드인 '삼성 금융 네트웍스'와 통합 애플리케이션 '모니모'를 선보이기도 했다.
다른 삼성 금융 계열사들도 사장단에 변화가 없다.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과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은 임기가 2024년까지다. 서봉균 삼성자산운용 대표는 작년에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