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이 주요 금융지주사 가운데 유일하게 뒷걸음질 쳤다. 금리 인상 효과로 이자이익은 크게 증가했지만 경제 불확실성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손 충당금을 쌓은 영향이다.
계열사 중에선 NH투자증권 순이익이 급감하며 그룹 전체 실적에서 비은행 계열사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축소됐다.
NH농협금융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순이익은 2조2309억원으로 전년대비 2.7% 감소했다고 14일 밝혔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주요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는 모두 역대급 실적 행진을 펼쳤지만 농협금융만 역성장 했다.
4분기 기준으로는 2592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전년 동기대비 44.5% 줄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금리 상승과 주가 하락으로 유가증권 운용이익이 감소했다"며 "미래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해 선제적 대손충당금 4000억원 등을 적립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금융권은 은행들의 이자이익 증대로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새로 쓰면서 비판의 중심에 섰다. 고금리 시기 차주들은 이자 부담에 허덕이는데 반해 은행들은 실적 성장을 바탕으로 성과급 잔치 등을 벌였다는 이유에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직접 나서 은행을 저격하기도 했다.
특히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경제 위기에 대비해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농협금융은 당국 요청을 이행하면서 비판의 중심에서 한 걸음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농협금융 역시 농협은행을 중심으로 이자이익은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이자이익은 전년보다 12.3% 증가한 9조5559억원을 기록했다. 기업대출 등 대출자산의 견조한 성장과 금리 상승에 따른 순이자마진 개선으로 안정적 성장을 이뤘다는 설명이다.
비이자이익은 부진했다. 전년보다 62% 급감한 6577억원에 그쳤다. 수수료이익 뿐 아니라 유가증권운용이익 등이 줄어든 영향이다.
이자이익의 가파른 성장을 주도한 농협은행은 수익성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농협은행 지난해 순이익은 1조7182억원으로 전년보다 10.4% 성장했다. 지난해 연간 순이자마진도 1.75%를 달성했다.
비은행 계열사 중에선 NH투자증권이 흔들렸다. 지난해 순이익은 67.4% 감소한 3433억원에 그쳤다. 이 영향으로 그룹 내 비은행부문 순이익 기여도가 27%에 그치며 전년보다 7.6%포인트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