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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 돈이냐 독이냐]①'판'이 뒤집힐까

  • 2023.02.23(목) 13:10

Z세대 10명중 7명 "애플페이 나오면 아이폰 산다"
애플페이 동맹 현대카드…확고한 '2위' 오를까

애플페이가 이르면 내달 국내에 상륙한다. 경쟁 혹은 협력해야 하는 국내 기업들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애플페이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과 간편결제 시장의 '판'을 바꿀 것이란 관측과 효과가 미미 할 것이란 예측이 공존한다. 애플페이 도입이 향후 시장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해본다. [편집자]

/그래픽=비즈워치

전 세계 75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이르면 내달 국내에 상륙한다. 서비스가 출시된지 약 10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애플'의 브랜드 파워를 확인할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삼성전자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애플페이를 먼저 등에 업은 현대카드 역시 애플의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카드업계의 '판'을 바꿀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당분간 애플페이를 단독으로 보급하기로 하면서 애플의 충성 고객을 카드 고객으로 끌어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삼성 '텃밭'서 점유율 뺏을까

#20대 직장인 여성 A씨는 최근 애플페이 국내 출시 소식을 듣고 환호성을 질렀다. 그녀는 10년 넘게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를 사용하면서도 애플페이 도입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그녀는 애플페이 출시일에 맞춰 현대카드를 발급할 생각까지도 하고 있다.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애플페이 도입 이후 나타날 국내시장 판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스마트폰 간편 결제 서비스는 각 제조사의 스마트폰에서만 호환되기 때문이다.

삼성페이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인 '갤럭시' 시리즈에서, 애플페이는 애플의 아이폰에서 사용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스마트폰 간편 결제 서비스는 삼성페이가 유일하다. 애플페이 도입 이후 국내 아이폰 이용자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현재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로 양분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21년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종료하며 삼성전자와 애플이 10%대 점유율을 대부분 흡수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합산 점유율은 약 97%다. 

이중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84%, 애플은 13%다. 3분기 삼성전자의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Z 시리즈 출시로 삼성전자의 전분기 대비 점유율이 7%가량 올랐다. 4분기 아이폰14 출시로 점유율 격차가 좁혀졌다고 해도, 애플로서는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따라잡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한국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 변화를 꾀하기 위해 애플페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본다. 애플페이를 계기로 더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20대 이하의 젊은 층에서 교체 분위기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 생활 정보 공유 커뮤니티 플랫폼 '에브리타임'을 개발한 비누랩스는 최근 애플페이가 Z세대의 스마트폰 구매 의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한 'Z세대 트렌드 리포트'를 발표했다.

애플페이 출시에 따른 Z세대 아이폰 구매 의향 변화./그래픽=비즈워치

이에 따르면 에브리타임 이용자 1000명중 69.6%가 애플페이 출시후 아이폰을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애플페이 출시가 결정되기 전 아이폰을 구입할 의향 63.7%에 비해 약 6% 늘어난 수준이다. 이에 비해 애플페이 도입 이후에도 삼성전자의 갤럭시를 구매하겠다는 의향은 35.9%에서 30%로 줄었다.

특히 아이폰 이용자들의 충성도가 높게 나타났다. 현재 아이폰을 사용 중인 541명 중 97.5%가 애플페이 도입 이후에도 아이폰을 쓰겠다고 답했다. 이와 달리 갤럭시 사용자 419명중 향후 아이폰으로 바꾸겠다고 밝힌 비중은 25.7%에서 36.2%로 늘었다.

Z세대 스마트폰 브랜드별 최선호 기능./그래픽=비즈워치

간편 결제 기능이 스마트폰 구매시 주요 고려 요소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변동 가능성이 더 커진다. 비누랩스가 지난 1월 전국 20대 남녀 대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브랜드별 최선호 기능을 조사한 결과 갤럭시 사용자의 54.2%가 삼성페이를 꼽았다. 갤럭시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페이 기능이 삼성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면, 기기를 변경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비누랩스는 "애플페이가 출시된다면 Z세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의 점유율 격차는 확대될 것"이라며 "삼성 스마트폰의 강점이었던 페이 기능의 차별성이 약화된 것이 이탈의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카드, 확고한 '2위' 노린다

애플페이의 국내 상륙을 주도한 현대카드는 국내 카드사 2위의 자리를 확고히 할 기회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카드사들을 줄 세워 보면 신한카드가 부동의 1위를 자리를 지키고 있고 현대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가 2~4위 자리를 두고 매년 각축을 벌이고 있다. 

국내 카드사들의 이용실적, 당기순익 등을 바탕으로 '줄 세우기'를 해 보면 신한카드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과거 1000만 회원이 넘는 LG카드를 인수한 효과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 뒤를 삼성이라는 최고 브랜드 파워를 지닌 삼성카드, KB국민은행 고객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지닌 KB국민카드 그리고 현대카드가 3파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신용카드사 점유율.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실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0개 카드사의 개인 신용카드 연간 누적 이용 금액(일시불 기준)중 신한카드의 점유율이 약 18%로 가장 많았고 현대카드가 16%, 삼성카드가 15% 그리고 KB국민카드가 14%로 뒤를 따르고 있다. 

국내 결제(일시불 및 할부 포함), 해외 일시불 결제, 국세·지방세 등을 기준으로 하는 시장점유율은 신한카드가 19.6%로 가장 높고 삼성카드 17.8%, 현대카드 16.0%, KB국민카드가 15.4%로 뒤를 이었다. 2~4위간 각축전이 이어지고 있는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확실한 2위 자리를 얻기 위해 현대카드가 내놓은 비책이 바로 애플페이다. 현대카드는 지난해부터 애플과의 물밑협상을 펼쳐왔고 금융당국과의 협의도 이끌어 내면서 애플페이 출시의 선봉에 섰다. 

애초 현대카드는 약 6개월~1년간 독점계약을 통해 애플페이를 통한 결제를 지원하기로 했으나 금융당국의 법령해석 과정에서 이를 포기했다. 그러나 아직 애플과 계약을 맺은 카드사는 현대카드밖에 없는 만큼 사실상 당분간 유일한 제휴사로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현대카드가 애플의 후광을 누릴 수 있을 것이란 조사결과도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애플페이를 통해 결제된 금액 규모는 6조3000억달러(8185조원)에 이른다. 세계 최대 카드 가맹사 VISA의 결제 규모 10조달러(1경2980조원) 다음가는 규모다.

가입자 수도 지난 2020년 5억명을 돌파했다.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결제수단으로 자리잡은 만큼 국내에서의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간편결제 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 소비자의 가장 큰 니즈는 편의성과 범용성"이라며 "국내에서 결제 가능한 인프라가 계속해서 늘어날 예정이고 해외에서 쓸 수 있다는 점은 상당한 이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기대감은 높아져 있다.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가 내놓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이폰 이용자중 애플페이 도입 이후 현대카드만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경우 이를 신규 발급해 애플페이를 이용하겠다는 비중이 57.0%에 달했다.

현재 애플페이 도입 이후 현대카드의 가장 유력한 행보로는 전용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카드 출시다. 애플페이를 사용하려는 아이폰 사용자는 우선적으로 해당 카드 발급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현재 아이폰의 시장 점유율과 카드고릴라의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수십만명이 해당 카드를 발급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신용카드는 10만좌가 넘으면 '흥행 카드'로 분류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는 2030세대가 핵심이고 아이폰의 주 사용층도 이 세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통해 기존 고객들의 결제 비중 확대 혹은 신규 고객 유치 등에서 적지 않은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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