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의 애플페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지난달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애플페이 출시 3주 만에 가입토큰 숫자가 200만을 돌파했다고 밝혔습니다.
만일 사용자가 1개 카드 정보를 아이폰과 애플워치 등 2개의 기기에 등록했다면 애플페이 토큰은 총 2개가 발행됩니다. 토큰 숫자가 실제 애플페이를 등록한 사람의 숫자를 의미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현대카드 신규회원 또한 20만명으로 10만명대에 머물러 있는 다른 카드사들을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죠.
하지만 일부 업계에서는 "애플페이는 수수료가 있어 소비자가 애플페이로 결제할수록 현대카드가 손해를 본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이런 소문들은 사실일까요? 그래서 정말 소비자가 애플페이를 쓸수록 현대카드에는 손해일지, 애플페이가 현대카드에 가져다주는 이익은 무엇이 있는지 짚어봤습니다.
지난해 순이익도 줄었는데…소문 정말일까?
현대카드의 '애플페이 손해론'이 나오는 이유는 수수료 때문입니다. 애플은 애플페이와 제휴한 금융사로부터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을 대가로 수수료를 받고 있습니다. 현대카드가 가맹점에서 받는 수수료를 애플과 나누게 되는 셈이죠.
조달금리 인상, 카드론 등 대출상품에 대한 금리 인하 목소리 확대 등으로 수익성 악화를 고민하는 카드사 입장에서 이런 이익 감소는 달가울 리 없습니다.
안그래도 금융당국은 올해 연 매출 30억원 이하 우대 가맹점 카드수수료를 0.8~1.6%에서 0.5~1.5% 수준으로 낮췄습니다. 현대카드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2021년 말 9036억원에서 지난해 말 8754억원으로 282억원이 줄어들었습니다.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매년 낮아지고 있는데, 애플에 수수료까지 지불하게 되면 수익은 더 줄어드는 것이죠.
현대카드는 애플에 수수료로 얼마를 내는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결제 대금의 약 0.15%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0.15%의 수수료는 애플페이를 도입한 국가중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이 내는 0.03%의 약 5배 수준입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현대카드를 통해 개인과 법인이 결제한 금액(일시불 기준, 국세 지방세 제외)은 91조6838억원입니다. 이중 15%가 애플페이를 통해 이뤄진다고 가정하고 0.15%의 수수료로 계산하면 총 애플페이 수수료로 206억원의 수익을 잃는 셈이죠. 만일 애플페이를 통해 이뤄지는 결제가 더 많아진다면 현대카드는 더 많은 수수료를 애플에 지불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금융소비자가 1만원을 실물 카드로 결제할 경우 현대카드는 0.5%(영세가맹점·2만원이하 결제 기준)의 수익을 가져오게 됩니다. 1만원당 50원의 수수료를 챙기는 것입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가 애플페이로 1만원을 결제하면 현대카드가 애플에 15원을 수수료로 내야 함으로 현대카드가 받을 수 있는 수수료가 35원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이는 즉 수익 감소로 이어지는 셈이죠.
카드사 관계자는 "만일 다른 카드사가 가맹점으로부터 0.5%의 수수료를 받는다면 현대카드는 0.15%포인트가 줄어든 0.35% 정도만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안그래도 현재 가맹점 수수료로는 수익 확보가 어려운 상황인데 현대카드는 이마저도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설명합니다.
가뜩이나 현대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2540억원)이 2021년(3141억원) 대비 19.13% 감소했는데, 소비자들이 애플페이를 쓸수록 순이익이 더 줄어들게 되는 겁니다. 업계에서 애플페이로 인한 결제가 많아질수록 현대카드가 손해를 보는 것이라는 소문이 솔솔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이죠.
다만 현대카드 관계자는 "애플페이는 시작한 지 한달된 사업"이라며 "기본적으로 조달 비용이 올라 순이익이 감소한 것도 있지만 지난해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대카드, 애플페이 사랑 이유는?
이처럼 수수료 문제로 쓰면 쓸수록 손해를 보는데 현대카드는 왜 애플페이에 열을 올렸을까요? 그 정답은 신규 회원 수 유치에 있습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3월 현대카드의 신규회원 수는 20만3000명으로 전업 카드 8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카드)중 가장 많았습니다. 이는 현대카드의 전월 신규 회원 수(11만6000명)의 2배 수준으로 지난달 21일 출시된 애플페이를 도입하면서 신규 회원확보에 성과를 낸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4분기 카드 업계 시장점유율(신용카드 이용 실적 기준)을 보면 신한(19.6%), 삼성(17.8%), 현대(16.0%), KB국민(15.4%)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직전 분기인 3분기 4위였던 현대카드가 3위로 올라선 만큼 시장점유율이 늘어난 것이죠.
카드사들이 신규 회원 유치에 힘을 쓰는 이유는 고객정보를 통한 데이터 확보도 있지만 신규 회원이 늘어날수록 카드사들의 주된 이자 수익원인 리볼빙·카드론 등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카드사들이 신규 회원을 유치하려고 하는 이유는 신규 회원이 늘어날수록 그 회원들이 금융상품을 이용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라며 "수익적인 측면에서 볼 때 신용카드 회원 유치가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도 "애플페이로 인해 신규 회원이 늘어나게 되면 카드를 사용하는 고객들을 더 많이 확보하게 되는 것임으로 매출도 늘어나고 고객의 다양한 정보도 확보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다만 서 교수는 수수료 문제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습니다. 그는 "수수료로 인한 고정비용은 매출로 커버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현재는 고정비가 적으니 괜찮지만 앞으로 애플페이 점유율이 늘어나거나 애플이 수수료를 올리게 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 부회장 또한 SNS를 통해 "애플페이 효과로 신규 가입이 늘어나는 것도 맞지만 시장점유율 경쟁은 우선순위가 아니다"라며 "회사 전체로는 오히려 작년부터 자산과 손익이 감소하더라도 건전성에 최우선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애플페이가 시작된 지 아직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직 애플페이 효과를 판단하기는 이른 시간이죠. 따라서 앞으로 애플페이가 현대카드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