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시장이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카드사들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애플페이나 삼성페이 등의 빅테크 기업에 점유율을 점점 뺏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간편결제 시장에서 빅테크와의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1일 신용카드학회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지급결제시장 재편과 여전사의 경영전략' 주제로 '2023년도 한국신용카드학회 춘계세미나'를 개최했다. 애플페이와 삼성페이 등 빅테크 기업들의 점유율이 늘어나는 가운데 카드사들의 대응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서지용 신용카드학회 회장의 주최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는 서봉교 동덕여대 교수, 석일홍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박지홍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발제자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신용카드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 간편결제 시장에서의 리스크 관리 및 플랫폼 진화가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서봉교 교수는 "최근 간편결제 시장에서 모바일 간편결제 지급 수단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반면 카드사들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표한 '국내 지급 결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 시장에서 카드사들의 비중은 2019년 43.8%에서 33.4%로 낮아졌다. 반면 핀테크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6.6%로 2019년(56.2%)보다 10.4%포인트 늘어났다.
서 교수는 "애플페이와 삼성페이의 결제 수수료 문제로 인해 신용카드사 수익 악화가 우려된다"며 "삼성페이도 결제 수수료 유료화를 추진함에 따라 카드사들의 수익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카드사는 단순히 지급결제 사업을 영위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즈니스와 리스크관리 역량을 결합하는 종합 지금 결제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페이는 카드사로부터 결제액의 0.15% 수준의 수수료를 제휴사인 현대카드로부터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결제 수수료를 받고 있지 않던 삼성페이도 기존 계약을 그대로 연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카드사에 서면으로 전달하면서 업계는 삼성페이 또한 수수료 유료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카드사들이 비카드 회원과 가맹점으로 고객 기반을 확대해 수익을 창출하는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등 간편결제 기능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홍 수석연구위원 또한 "카드업은 기존 회원을 넘어 비회원과 가맹점으로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종합금융 및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로 수익을 창출하는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며 "상품 중개플랫폼 사업 본격화해 데이터 기반 사업과 제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카드사 입장에서 쉽지 않은 전쟁인 건 맞지만 빅테크와 경쟁하려면 자체 플랫폼의 강화 전략이 추진돼야 한다"며 "단순히 신용판매뿐만 아니라 종합금융을 중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간편결제 서비스 경쟁에서 밀린 카드사들이 시장에서 역할이 축소되고, 벤더화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카드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각 금융소비자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채상미 교수는 "소비자의 진화하는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개인화된 서비스를 통해 변화하는 결제 시장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개인화를 위한 데이터를 잘 활용해서 소비자의 지출 패턴 등을 잘 파악해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카드사를 향한 엄격한 규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석일홍 변호사는 "(카드사가 받고 있는 규제가) 간편결제업체와 카드사들의 경쟁력에 있어서 아주 많은 차이를 낸다"며 "간편결제 업체들은 겸업, 부수업 규제에서 제한을 받지 않지만 카드사들은 일부 금융업만 겸업이 가능하고, 진입규제도 신규 허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수료율 규제 역시 간편결제 업체들은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이 카드사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카드사들은 적격비용에 따라 수수료를 산정하는 등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다"고 부연했다.